외계문명탐색계획(이하 SETI)의 활동은 주지하다시피 지구밖의 무선신호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외계문명의 존재여부를 밝히는 계획이다. 현재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무선 망원경이 모은 하루에 500억바이트의 자료를 분석한다. 이 정도의 분량은 SETI의 고용량 서버로도 분석할 수 있는 한계치를 훨씬 넘어버린다. 이것을 개인용 컴퓨터(PC)가 해결해낸다. 바로 ‘SETI@home’이라는 공동체연산 프로젝트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SETI@home의 원리는 간단하다. 이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다운받아 설치한다.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무선 망원경 신호의 작은 단편을 전송받아 그것을 처리한다. 지능이 있는 흔적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임무가 완성되면 그 프로그램은 결과를 본부서버에 전송하고 새롭게 탐사할 상당한 양의 우주 신호를 다시 받는다. 참여자가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하면 SETI@home 클라이언트는 휴면상태가 되고, 참여자가 몇 분 이상 사용을 멈추면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이러한 동등계층의 수평적 연결(peer to peer network)을 통한 공동체 연산 기술은 새로운 가능성과 질적인 도약을 제시한다. PC의 사용제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단순히 참여함으로써 가치 있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수백만의 사람들과 그들의 PC는 단순히 외계에서 보낸 메시지를 찾아다니거나 음악과 동영상을 교환하는데 그치지 않고 암 연구에 매달리고 거대 소수(素數)를 찾고 날씨를 예측하고 유전자를 분석하고 수십억개의 가능성있는 분자들을 가지고 모의실험을 해서 합성약을 설계하는 등 엄청난 규모의 작업이라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손도 못대던 연산문제들을 대신한다.
마치 다른 세계의 일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초고속인터넷 업체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외국과의 국제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동등계층의 수평적 연결사용의 대표적인 사례인 P2P 프로그램 사용량이 전체의 37.3%를 차지했으며 일반 월드와이드웹(WWW) 관련 트래픽 비율은 14.2%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동등계층 방법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웹 또한 그러하지만 동등계층 방법론의 힘은 기계적인 힘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인 힘이다. 사회적 합의와 공유에 의해 집단적인 이익이 창출되는 방식은 단순히 예로든 PC를 통한 분산연산만이 아니다. 기억장치의 공유, 월드컵 때 응용된 휴대폰과 휴대폰의 연결을 통한 지적능력(통역능력)의 공유 등으로 확산되고 응용될 수 있다. 물리적 장치인 PC, 휴대폰 등의 정보화기기, 단순한 연결망인 네트워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정보화의 새로운 힘은 사회적 합의와 개인의 열정적 참여로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은 모든 계층에 대해 정보화를 통한 참여의 노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 각 분야에 정보통신기술 도입을 통한 참여와 효율성 증진을 위해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정보격차 해소를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인 복지정책의 하나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지식정보사회에서 중요한 시민권리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오락과 정보의 습득도구가 아닌 사회활동과 지적작업의 말단으로 작용할 정보통신기기의 활용에서 낙오된 계층은 지식정보사회의 격리계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은 세계가 놀라는 우리의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창조적 비판이다. 자판 하나를 누르는 사이에 개인이 소유한 컴퓨터는 수억번의 연산을 더 수행할 수 있으며 초고속망은 10Mb가 넘는 정보의 수송을 기다리고 있다. 즉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자원의 많은 부분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동등계층 방법론을 통한 연산능력의 확장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준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음악과 동영상 파일의 소비적인 목적만의 공유에서 더 나아가 생산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가 활용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연구와 아이디어의 발굴이 선행돼야 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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