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자업체의 아량

 최근 전자신문이 기획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강국 장비·재료산업에 달렸다’가 연재되자 관련업계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줬다”는 장비·재료업체 사장들의 격려 전화가 잇따랐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소자나 패널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이룩한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장비나 재료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는 ‘대의’에 하나같이 공감을 표시해왔다.

 사실 최근 국산화를 위한 소자·패널업체들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요즘 투자가 왕성한 LCD분야의 경우 LG필립스LCD가 5세대 라인에서 장비 국산화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6세대 라인에서는 50%대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부터 투자할 7세대 라인에 국산장비를 대거 도입한다는 방침아래 최근 30여개 국내 장비업체에 대한 실사작업까지 벌였다.

 코스닥에 등록된 LCD장비업체들의 주가가 모처럼 빛을 보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비·재료업계와 소재·패널업계간의 미묘한 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소자나 패널업체들은 장비·재료업체들로 인해 자신들이 국산화 노력을 등한히 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장비·재료업체들에 “위험을 감수하며 장비 국산화에 배려했건만 여전히 불만만 털어놓는다”며 흥분했다.

 장비나 소재업체들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소자·패널업체들이 들으면 다시 발끈하겠지만 “제품이 라인에 설치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이들은 실토한다.

 국내 장비업계는 올 1분기 매출에서 도쿄엘렉트론이 부동의 1위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를 제치고 세계 장비업계 정상에 오른 것에 잔뜩 고무돼 있다. 영원한 마이너는 없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읽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도와주면 자신있다”는 약자의 간절한 눈빛을 악다구니로만 치부하지 않는 강자의 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디지털산업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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