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경제교류협력 일정 차질 빚나

 

 정보기술(IT)부문을 포함한 남북간 경제협력이 잇따른 돌출사태로 제동이 걸리면서 조속한 남북경협의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 관계자들은 북한을 자극할 만한 사태들이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사정으로 무작정 경협시기가 늦춰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북측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이어 한국의 보수우익단체들의 인공기 소각을 문제삼아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와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 등을 거부하고 있으나 적당한 명분만 제공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북측의 행동이 예측 불가능한 데다가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 사진을 소각한 것은 북측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어서 북측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확실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북한과의 모든 협력사업이 올 스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측이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을 거부함에 따라 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상사분쟁조정절차·청산결제 등 대북투자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 마련이 상당기간 연기됐다. 통일부측도 “현재로서는 경협합의서 교환시기를 점칠 수 없다”며 “판문점연락관 접촉 등 당국간 채널을 통해 교환일정을 다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9일부터 이틀간 개성에서 갖기로 한 6차 철도·도로 연결 실무접촉이 무산된데 이어 21∼23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면회소 건설추진단 3차회의, 26∼29일 서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6차회의 개최여부도 현재로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건설 실무협의 등이 차질을 빚거나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오는 25일 중소기업인 200여명을 이끌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투자 등을 위한 현장답사에 나서기로 한 일정도 지켜질지 의문시 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인공기를 찢고 불태운 것은 체제가치를 최우선시 하는 북한사회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들인 것”이라며 “경제협력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북측이 공개사과를 요구한 민간단체의 8·15행사에 유감을 표명함에 따라 북측의 태도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국내 보수단체들의 8·15 국민대회를 문제삼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불참을 시사한 것과 관련,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고 통일부에 재발방지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김정일 위원장 초상화 및 인공기 훼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이날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정세현 장관 명의로 이런 내용을 담은 전화 통지문을 보내기로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북한이 더이상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와 남북 경협 관련 일정 등을 지연시킬 명분이 없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북측은 자신들의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점에서 마냥 남북교류 일정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욱이 북측은 경제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4대 경협합의서 발효를 포함한 교류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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