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벨소리를 울려가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지 않고 전화를 받으려면 장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기계 소음이 큰 생산공장 같은 작업장에서다. 둘째는 시장과 같이 악다구니가 벌어지는 곳은 괜찮지만 조용하게 쇼핑을 즐기는 백화점에서는 예외다. 셋째는 자동차 소음이 심한 차도 옆이다. 넷째는 주위에 아무도 없을 경우엔 어디서나 가능하다. 그렇지만 조용한 사무실이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휴대폰 벨소리를 크게 해놓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받거나 때로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호학자이며 볼로냐대학 교수인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 나오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의 패러디다.
10년 전쯤에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았다. 휴대폰이 귀했기 때문에 지니고 다니면서 으스대는 것도 꼴불견이었지만 공공장소에서 마치 자랑인양 통화화는 사람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쯤으로 여겼다. 통화 내용이 대부분 평범하고 긴급한 것이 별로 없을 때는 더욱 그랬다.
정작 최고경영자나 사회 저명인사들은 비서가 있어 휴대폰으로 통화할 필요없다는 사실은커녕 휴대폰 통화가 내세울 것 없는 자기 신분의 표출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40화음 벨소리를 지닌 최신 휴대폰이 나오면서 벨소리는 아름다워졌을지 모르지만 만만치 않게 커졌다. 공공장소나 조용한 사무실 같은 데서 현란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기괴하기조차 한 벨소리가 울리면 주위에는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벨소리는 많은 소비자의 요구를 언제나 잘 알고 있는 ‘똑똑한’ 휴대폰 제조업체의 작품이지만 음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를 탓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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