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유선전화기 골동품 될 날 멀잖았다

美 전체 전화기중 휴대폰이 43%

시카고에 거주하는 브랜든 포겔의 침대 옆에 있는 유선 전화기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그는 유선 전화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휴대폰으로 통화하다가 그나마 전화접속 인터넷을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유선 전화를 아예 끊어 버렸다.

 포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만 사용하는 미국인이 75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 아니면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미국 셀룰러통신 및 인터넷 협회(CTIA)의 홍보담당 트래비스 라슨은 “유선 전화기를 버린 젊은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유선 전화기를 찾을지 아니면 휴대폰만으로 모든 전화 관련 업무를 다 처리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은 유선 전화기를 수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미국내 전화기 중 휴대폰 비율은 지난 2000년 37%에서 올해 43% 선으로 대폭 늘었다고 발표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지난 6월 보고서에서도 유선 전화기수는 2000년 이후 500만대 이상, 3%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전세계 전화기의 절반 이상이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전화선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 휴대폰 기술이 도입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일찍 유선 전화기를 수적으로 압도했다. 캄보디아는 전체 전화기의 90% 정도가 휴대폰이다.

 유럽에서 휴대폰수가 유선 전화기수보다 많아지기 시작한 때는 지난 90년대 말이다. 유럽에서는 유선 전화요금이 휴대폰 통화료보다 저렴하다. 유럽인들은 미국과 달리 집 전화기로 월정요금에 시내전화를 무제한 걸지 못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유선 전화를 신청하면 많은 보증금을 낸 뒤 몇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휴대폰의 인기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초기 미국의 휴대폰은 카폰으로 출시돼 판매가 저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현재 2명당 휴대폰 1대를 가지고 있다. AT&T에서 기업 역사를 연구하는 셀던 호크하이저는 유선 전화기가 2명당 1대꼴에 이르는 데 100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프라이메트리카의 최신 조사결과 휴대폰 요금이 싸지면 유선 전화를 완전 포기하겠다고 응답한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에 달했다.

 휴대폰 사용 여부에 가격도 중요하지만 휴대폰은 무엇보다 편리하기 때문에 판매된다.

 포겔은 지난 4년 동안 네 차례 이사했다. 그는 이사할 때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유선 전화 설치료를 다시 내는 번잡함 때문에 유선 전화기 사용을 포기했다. 그는 유선 전화기 사용을 중단하고 휴대폰만 사용함으로써 한달에 30∼40달러를 절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겔처럼 자주 이사하는 사람이 한 곳에 정착하면 유선 전화기를 다시 설치해 사용할 것인가.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전화회사들은 휴대폰만 사용하려는 추세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종 서비스들을 묶어서 판매, 수입을 늘리고 있다. 버라이존의 인터넷기술 정책 부사장보 링크 호윙은 “휴대폰 인기 상승이 통신시장 크기 자체를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할 게 없다”고 밝혔다.

 버라이존은 이동통신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기존 전화선을 그대로 이용하는 초고속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인터넷과 같은 신종 서비스를 적극 판매해 유선 전화를 지키고 있다.

 휴대폰만 사용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휴대폰만 사용하면 유선 전화에 비해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유선 전화기만이 주는 부가 서비스도 포기해야 한다.

 포겔은 “집에 돌아와 자동응답기를 켜고 반짝거리는 불빛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그리울 때도 있다”고 말한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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