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한국의 앞선 보안기술

 한국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세계적으로 앞선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익을 담당하게 됐기 때문일까. 7년 전 교환학생 신분으로 인연이 닿은 한국이 이제는 나의 고향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보안 및 네트워크 기술을 순위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통신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미국은 여전히 모뎀 사용자가 대다수인데 한국은 단기간에 초고속통신망이 전국으로 퍼졌다.

 이렇다보니 한국인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인간관계도 폭넓고 깊게 형성되어 있으며 그 관리도 자기집 안방에서 매우 편리하게 하는 것 같다.

 나는 몇개월 전부터 한국의 보안 네트워크 업체에서 연구원으로서 제품에 대한 각종 테스트를 통한 기술검증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급속한 발전과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의 IT분야 중에는 포털·게임 등 인기있는 분야가 많다.

 그러나 나는 이미 성숙한 영역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었기에 보안 네트워크 분야를 선택했다.

 한국에서의 보안산업은 매우 매력적이다. 시스템의 아주 작은 허점이라도 파고 드는 해커의 속성에 비춰 볼 때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그만큼 해커의 수가 많고 기술도 뛰어나다. 따라서 좋은 보안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해커들보다 몇배의 세심함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커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한국기업들의 보안의식을 강화시켰고 보안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한국의 보안산업은 업체 수가 많고 광범위하다. 다만 소규모의 영세한 벤더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요즘 보안시장의 추세는 한마디로 ‘통합’이다.

 방화벽·침입탐지시스템·가상사설망(VPN) 등 제각각이던 보안제품들이 점차 하나의 제품으로 결합되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집단의 준비된 정보보호는 단품 위주의 제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조직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종합보안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 추세는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되어 초고속통신망과 가상사설망을 결합한 서비스가 나왔고 인터넷 트래픽 도구인 서비스품질(QoS)과 VPN을 통합한 제품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더 나아가 모바일과 노트북, 개인휴대단말기(PDA)가 점차 상용화되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보안솔루션도 이미 여러 업체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몸담은 회사에서도 앞선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기반의 VPN 기술을 발판으로 삼아 음성데이터통합(VoIP), 모바일 보안솔루션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세계적인 IT기업들이 모두 놀라면서 자신들의 IT시스템 구축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고 싶어할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시장. 초고속인터넷 사용자 1000만명이라는 세계적인 IT 테스트베드가 되는 엄청난 환경이 보안시장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일궈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본다.

 그러나 보안업체들에 한국시장은 너무 협소하다. 그래서인지 보안업체들의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진출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몇몇 대형업체에만 국한된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소규모 업체라도 해외진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보안업체들이 선진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에 견줄 거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가능성을 믿는다.

 

◆앤드루 셴크 인프니스 연구원 schenck@hot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