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이사
선진국들은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전자, 자동차 분야에서 그 국가를 대표하는 전시회를 하나씩 갖고 있다.
자동차분야의 경우 유럽의 제네바 및 프랑크푸르트 모토쇼, 미국의 시카고 및 디트로이트 모토쇼, 일본의 도쿄 모토쇼가 유명하다. 전자분야에서는 미국의 CES와 컴덱스, 독일의 세빗과 IFA, 홍콩의 홍콩전자전, 일본의 CEATEC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전자분야에서는 한때 특정품목 위주의 전문전시회가 관심을 끈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산업의 융·복합화가 진전되면서 CES처럼 종합전시회에 부문별 전시회의 장점을 가미한 행사에 많은 업체가 몰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시회 총면적, 관람객수 등 전시규모뿐 아니라 전시 인프라면에서 아직 세계 수준과는 차이가 많고 전시회별 특징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것은 물론 지리적 한계, 짧은 산업의 역사, 참가업체의 한계 때문에 불가피한 점도 있으나 이제 산업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전시산업 분야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갖기 위해서는 전시산업의 육성과 국제화는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로 보인다.
다행히 정부가 전시산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 전시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전자전’을 세계 수준의 전시회로 키우기 위해 KOTRA와 전자부품연구원이 공동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해외 바이어 유치와 기술세미나 등 부대행사를 강화키로 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가 가시화되는 좋은 예로 보인다.
그러나 전시산업이 외국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여러 부문에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 전시회, 특히 산업 및 무역 전시회의 국제화를 위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규모의 대형화와 분야별 전문성을 지닌 대표적 전시회의 육성이다. 컴퓨터·인터넷을 포함해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전자·전기분야 전시회는 연간 20개 정도 되지만 세계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전시회는 소수에 불과하고 규모도 세빗 같은 경우 코엑스 전시장의 20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전시회는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산업별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전시회의 육성에 정부 차원의 관심과 업계의 노력이 따랐으면 한다.
전시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시제품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면적과 부대시설이 갖춰진 국제 수준의 전문전시회가 시급하다. 오는 2005년에 경기도 고양에 건립될 대규모 전시장의 경우 지리적으로 참가업체나 관람객에 불편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호텔, 교통문제 등 주변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시회별 특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 전시회는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다. 시장원리에 따라야 하겠지만 유사 전시회의 남발을 지양하고 전시회별 차별성을 높이는 것이 참가업체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전시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운영기법에서도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시회가 국제 전시 인증(UFI)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시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시장 내에서의 물품판매행위, 관람객 숫자 등 통계의 신뢰성 부족도 시정되어야 한다.
외국업체가 많이 참가하고 외국인 비즈니스맨이 대거 내방토록 대외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외공관을 통한 홍보와 아울러 각종 문화행사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도 시도해 볼 만하다. 일본, 홍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전시회 홍보와 외국업체 유치를 위해 여러나라를 돌며 로드쇼, 기자회견 등을 열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산업 분야에서 비교적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중국도 최근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해외 유수업체 유치를 위하여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시산업의 국제화도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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