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치슨, KPN과 등 돌리나…

 홍콩 허치슨왐포아가 영국 제3세대(3G) 이동통신 자회사인 H3G의 자산 재평가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H3G 운영을 둘러싸고 네덜란드의 KPN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던 허치슨이 마침내 KPN과 결별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허치슨 관계자가 “곧 독립된 투자은행에 H3G 자산 재평가를 의뢰할 계획이며 이를 근거로 KPN이 보유 중인 H3G의 지분(15%) 인수를 협의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앞서 허치슨은 지난 3월 영국의 이통사업자 H3G를 통해 유럽 최초로 3G 서비스를 선보인 후 가입자에게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펴기 위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KPN과 마찰을 빚어 왔다.

 네덜란드 최대 통신업체인 KPN은 최근 H3G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회사경영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고 최근 경고할 정도로 두 회사간 관계가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치슨도 H3G 자산 재평가를 통해 KPN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H3G가 최근 3G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자산 재평가 작업 초점도 결국 3G 사업권을 얼마로 평가할 것이냐에 모아질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는 영국 MMO₂와 프랑스 오렌지,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유럽 이통업체들이 최근 3G 사업권에 대한 자산 재평가 작업을 벌이면서 20억∼60억유로에 달하는 특별손실을 회계에 반영했다는 사실을 보면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허치슨은 지난 2000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투자가 한창일 때 영국 정부가 실시한 주파수 경매에 참가해 무려 43억파운드(약 8조5000억원)를 내고 3G 사업권을 획득한 후 일본 NTT도코모(20%)와 네덜란드 KPN(15%) 등을 제휴 업체로 끌어들이면서 21억파운드를 회수했다.

 따라서 허치슨은 H3G의 자산 재평가 작업을 통해 3G 사업권의 가치를 현실에 맞도록 조정한 후 KPN이 보유 중인 지분 매입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KPN은 H3G의 자산 재평가에서 허치슨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 법원에 제소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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