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신 IT전문작가 hyoshin819@yahoo.co.kr
IT를 소재로 해 소설을 써온 지 13년째다. 최근 정보통신의 역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역사는 당대 영웅들의 전기였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도 이를 다루는 왕과 핵심인물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통신산업의 흥망성쇠 역시 당대 정통부의 브레인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TDX, CDMA 성공을 이끌었던 그 정통부가 요즘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보통신 환경은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개선되었으며 어떤 트렌드가 IT인들의 욕망을 담금질하고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경기불황의 여파라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IT에 대한 역사의식의 부재현상이다. IT가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경제의 흐름 역시 인프라 시대에서 콘텐츠 시대로 바뀌었건만 이런 역사적인 변화를 받아들여 산업과 사용자들의 수요(needs)를 충족시켜 줄 아젠다가 없다.
기술기반은 PMSB(Personal Mobile Satellite Broadcasting)추세에 맞춰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논의하는 컨버전스 단계에 와 있다. 이 기반 위에 문화·경제적 수요를 충족시켜 줄 요긴한 상품이 콘텐츠다. 바로 이 콘텐츠가 개인의 정보지식과 재능까지도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상품으로써 부를 창조해내는 미더스의 손인 셈이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명료하게 규명하는 것이 정통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콘텐츠 시대에 걸맞은 인재인 ‘콘텐츠 매니저’들을 양산해 지독한 불경기에 쩔쩔매는 젊은이들이 콘텐츠로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솔루션을 다양하게 내놓아야 한다. 콘텐츠 매니저란 탁월한 인재의 정보지식과 재능을 상품으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전문가다. 이를테면 안철수 사장 개인의 재능을 통해 보안연구소를 만들어낸 스태프들의 역할과 같다.
그러나 정통부가 콘텐츠 산업에 쏟아붓는 대개의 자금은 산하 공공기관으로만 흘러들어 ‘물 먹는 하마’처럼 흡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짜 콘텐츠 실력을 발휘할 젊은 인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 봄 정통부 산하 모 콘텐츠 관련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디지털 콘텐츠물이 무엇이 있는가 보았더니 역대 정보통신부 장관들의 사진과 이력 및 경력을 알리는 것이 전부여서 실소를 머금었던 기억이 있다.
정통부는 인프라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꿈 많은 젊은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1930년대 영국이 겪었던 대공황 못지 않은 지독한 불경기로 불안해 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영국을 대공황에서 구출키 위해 고군분투했던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즈와 같은 심정으로, 디지털 콘텐츠 양산을 다양하게 펼쳐내야 한다.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으로’ 공공사업의 대대적인 집행을 제창하며, IT사업가들이 국내투자를 늘리도록 설득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급적 해외투자를 자제하고 국내 실업을 해결하는데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강의, 회의, 브리핑, 필요없다. 지금은 행동할 때다.
한 발 나아가, 정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업무를 손수 챙겨야 한다. 자금을 투입한 그곳의 업무들이 과연 대중들에게 널리 수혜를 안겨줄 공공의 이익에 합당한가, 혹시 그들만의 ‘돈 잔치’로 끝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이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숨은 콘텐츠 마니아들을 찾아내 쥬라기공원에 버금가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음반, 영화, 드라마, 출판 콘텐츠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지적재산권을 통해 부를 획득할 젊은 인재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해야 할 때다. 수많은 콘텐츠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는 날, 정통부는 콘텐츠 시대를 개척한 파이어니어로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는 명예를 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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