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주파수 신청 당시 이의제기 안해
지난 97년 일본이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주파수와 위성궤도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신청할 때 우리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통부가 다음달 9일 세계전파통신회의(WRC2003)에서 시도하는 50㎒(2605∼2655㎒)의 국내 위성DMB용 주파수 확보도 불투명해 정부 일정대로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1일 업계와 정책당국에 따르면 정통부는 일본이 지난 97년 2630∼2655㎒ 대역의 25㎒와 위성궤도를 ITU에 신청할 당시, 최인접국으로서 주파수 대역을 보호하기 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ITU는 4개월 동안 이의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본 외에도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6개국이 2535∼2655㎒ 사이의 120㎒ 대역폭을 잇달아 신청했으나 정통부는 지난 2001년에야 비로소 25㎒를, 2002년에는 120㎒대의 동일한 대역을 신청해 주파수 배정 우선권을 놓쳤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당시 위성DMB사업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이 없었던 데다 주파수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사업추진 기업이 없는 동남아 국가들도 위성DMB 주파수를 신청했던 것과 비교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러한 실수로 정통부가 다시 추진하는 위성DMB용 주파수 50㎒(2605∼2655㎒) 확보도 사실상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의제기가 있었더라면 ITU의 주파수 할당 우선순위자인 일본과의 협상 여지가 생겨 적어도 공동사용을 담보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협상카드가 전무, 일본의 선처만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통부는 이번 WRC2003 회의에서 KT가 위성DMB사업을 위해 신청한 25㎒를 포함, 2605∼2655㎒ 대역의 50㎒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약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나 ITU 회원국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숙해 수조원대에 달하는 국가 주파수 자원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외교적으로 풀 수밖에 없으나 당분간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통부 관계자도 “주파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정부로서는 사업자가 신청한 주파수를 따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