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가정보화전략 다시 짜자

◆유성호 디지털산업부장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갈수록 사태가 증폭되고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전교조·교총 등 교원단체는 물론 교육부 공무원, 교육부총리, 심지어는 시도교육감과 정보화담당교사들마저 제각각의 목소리를 외쳐대고 있다. 교육문제는 항상 찬반양론이 팽팽했고 전국민의 관심사였지만 이번만큼은 성격이 다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교육문제가 아니라 정보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고선으로만 여겨졌던 국가정보화는 사실 많은 문제를 내포해온 것이 사실이다. NEIS는 국가정보화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을 전국민들에게 노출시킨 계기로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교육부와 윤덕홍 부총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500억원이 넘게 들어간 NEIS를 교육부가 단독으로 처리했을 리 없다. NEIS는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가정보화 11대 과제 중 하나다. 특위까지 동원한 범국가적인 사업이 이지경에 이른 것은 국가정보화전략에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는 증거다.

 그동안 국가정보화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우선은 추진체계의 비효율성과 난맥상이다. 머리와 몸통, 손발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체됐지만 지난 2001년 구성된 전자정부특위가 머리였다면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화추진위원회와 정통부 정보화기획실, 한국전산원은 몸통이요 부처는 손발이었다. 특위는 기획을, 정추위와 정통부는 심의를, 전산원은 평가를 각각 맡았고 부처는 실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특위는 한시성 비상설기구라는 속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속전속결식으로 밀어붙이는 데 급급했다. 무엇보다 행정효율성과 국민편의에 치우쳐 인권이나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구미에서 국가정보화의 최우선순위를 프라이버시 보호를 비롯한 인권과 복지에 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가정보화의 몸통인 정보화추진위원회는 한마디로 부처이기주의의 복마전이었다. 각종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과 마찰, 혼선을 빚었다. 특히 전자문서·공인인증·행정전산망간의 연동 등 업무영역이 모호하고 법률과 제도의 변화까지 연계될 경우에는 국회까지 동원해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추위는 사업의 심의는 고사하고 부처간 입장 조율조차 힘들었다. 심의가 제대로 되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정추위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조정력을 지닌 대통령이 직접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을까.

 해당 사업의 평가와 예산집행도 문제였다. 전산원의 평가는 투명성이 문제였으며 프라이버시 등 인권문제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예산집행마저도 기획예산처와 한국전산원, 지자체 등으로 다원화돼 예산 떠넘기기가 성행했고 집행내역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다.

 참여정부들어서도 국가정보화의 틀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해체된 전자정부특위 대신 정부혁신위원회내에 전자정부전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는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몸통과 손발, 예산 등은 그대로다.

 참여정부는 국가정보화 목표를 이미 깔린 인프라를 활용한 행정혁신, 복지향상에 두고 있다. 전자정부전문위원회를 정부혁신위원회 산하에 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위보다 약화된 전문위원회라는 머리에다 기존의 몸통과 손발을 가지고는 업무파괴와 법률·제도 개선을 아우르는 행정혁신, 복지향상이 가능할까 의심스럽다.

 그런 점에서 당장의 NEIS 사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가정보화의 새 틀을 짜야 할 때다. 더욱 효율적인 새로운 추진체계를 짜고 정보화에 인권과 복지의 철학을 스며들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