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인터넷강국에 걸맞은 콘텐츠 확보를

 우리나라가 인터넷강국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안다. 일단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서서 가구당 한명이 가입해 사용하는 셈이다. 불과 5년 전인 98년에 초고속인터넷이 첫선을 보인 이후 엄청난 팽창세를 보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관련업계 최고경영진들까지 이를 두고 서슴없이 기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화려한 수사 못지않게 수치로 드러난 비교우위는 인터넷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입증한다. 인구 1000명당 우리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36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다. 보급률에서 캐나다의 2배이며 대표적 선진국인 미국·일본보다도 각각 4배와 8배로 앞지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05년까지 가입자를 1350만명, 처리속도는 10배 가량 더 늘려 인터넷강국의 면모를 지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밖에 없다. 최근 통신업체 KT가 유해정보 차단서비스인 ‘클린-아이(Clean-I)’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조사에서는 음란·도박·폭력·엽기·마약 등 세계의 유해정보사이트 가운데 한글의 비율이 영어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겨줬다. 구체적으로 전체 67만5000개 유해정보사이트의 83.6%인 56만4000개가 영어였고 한글은 9.5%인 6만4000여개를 차지한 것이다.

 흔히 우리는 ‘정보의 고속도로’라는 인터넷인프라를 훌륭하게 구축했다. 문제는 적지않은 사이트가 불건전하고 부도덕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는데다 단속의 손길마저 제대로 미치고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으로 출현한 유해사이트(하루평균 587개) 중 45%(268개)가 한글 사이트였을 정도로 그 상황은 심각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인터넷의 양적 팽창은 세계 1위지만 질적 수준은 최하위로 분류될 정도로 인터넷예절과 도덕성은 엉망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인터넷 사용을 더욱 건전하고 도덕성이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이버상에도 음란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은 정말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양적 수준과 더불어 이제는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인터넷강국이 되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믿는다. 정부차원의 더욱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강력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정렬 부산 중구 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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