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조달 `인터넷 역경매` 확산

 대형 전자업체들의 부품 조달 관행이 달라지고 있다.

 ebn에 따르면 델, 휴렛패커드(HP), 모토로라, 팜, 선 등의 주요 업체들이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특정 공급자와 거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품가를 낮추고 구매절차도 간소화해주는 인터넷 역경매를 통한 부품 조달을 늘리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인터넷 역경매 조달을 확대하고 있는 팜의 경우 지난해 전자조달 전문업체인 프리마케츠의 공급망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인 ‘풀소스’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지난 1월 이 회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5개 품목의 부품을 조달해왔는데 앞으로 배터리, PCB 등을 포함한 15개의 개별 품목을 풀소스를 이용해 조달할 계획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최근들어 하드디스크, 메모리, PCB, 케이블, 커넥터 등의 부품을 인터넷 역경매로 조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조달 담당 이사인 조 맥그래스는 이를 통해 최소한 10% 이상의 경비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포레스터리서치가 29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도 기업의 인터넷 조달 확대 추세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기업의 27.2%가 온라인 경매를 이용했는데 이는 전분기 18.8%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부품 업체들은 역경매 조달 관행의 확산으로 부품 공급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일본의 수동소자 업체 다이요유전의 자회사 샤움버그의 마케팅 스페셜리스트인 제이슨 매키는 “역경매가 피할 수 없는 비즈니스 대세라면 계속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케츠의 매니저인 데이비드 하그레이브스도 “역경매에 공급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지난해부터 OEM과 EMS 업체들의 역경매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역경매 조달은 주로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셀레스티카, 솔렉트론과 같이 특정한 부품의 조달 물량이 적은 EMS나 중소업체는 이를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 포레스터의 같은 설문에 따르면 4분기 온라인 경매를 이용한 기업 중 38.3%는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조달하는 대기업이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역경매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견실한 부품 업체가 서비스와 물류 기반도 갖추지 못한 업체의 낮은 입찰가와 경쟁하기 위해 출혈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부품가 인하가 한계에 이르면 더 이상 역경매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EM아메리카의 이사인 빌 그래스는 “6개월 전만해도 역경매가 실시되면 부품업체들이 수분만에 응찰했지만 최근에는 몇시간 동안 아무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적도 있다”며 “전자업계의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역경매의 인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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