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을 찾으면 근처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트북컴퓨터와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으로 각종 자료를 주고받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길 건너에 있는 브리안트 공원(Bryant Park)도 마찬가지다. 역시 근처에 있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주식중개인 및 투자분석가들이 넓은 잔디밭에서 노트북컴퓨터와 PDA 등으로 인터넷 검색과 멀티 게임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이는 모두 와이파이(WiFi)라고 부르는 무선 데이터 통신 시설이 보급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정한 무선 네트워크 규격 ‘802.11b’를 따르는 WiFi는 기존의 통신 네트워크에 간단한 데이터 송수신 장치(액세스포인트와 네트워킹 카드 등)만 갖추면 공항과 커피숍,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도 24시간 내내 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곳을 특별히 ‘핫스폿(hot spot)’이라고 부른다. 원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또는 분쟁지역 등을 의미했던 핫스폿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전역에 와이파이 보급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핫스폿 관련 시장이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C넷은 ‘무선 네트워크 밖에 대안은 없다(Nothing But Air)’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와이파이와 핫스폿 관련 시장이 정보기술(IT) 관련 업계에서는 최악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는 지방 정부들이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있는 소도시인 아덴시를 들 수 있다. 조지아주 북부 산간지역에 있는 아덴시는 최근 조지아대학과 공동으로 시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핫스폿을 구축한 후 다른 주 첨단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아 다른 주의 지방 정부들도 무선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 중에 캘리포니아 주의 롱비치와 오리건주의 애시랜드 등은 각각 최근 공동화되고 있는 도심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여 핫스폿 건설에 나서고 있다.
IDC 애널리스트 케이스 와라스는 “미국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완비하는 것은 수도와 전기, 가스 등과 같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미국 지방 정부들이 주요 도시 청사는 물론 공항, 공원, 대학 캠퍼스 등 공공장소에 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핫스폿을 건설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면서 무선 데이터 통신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이는 다시 민간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 모처럼 미국 IT관련 업계에 선순환 투자 구조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커피숍 체인을 운영하는 스타벅스와 서점 체인인 보더스 등 서비스 및 유통 업체들도 고객유치를 위해 전국 주요 도시 매장을 연결하는 초고속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을 계기로 직장인은 물론 학생과 주부들까지 가까운 곳에 있는 핫스폿을 찾아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에 힘입어 미국에서 핫스폿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3년째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IT업계에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테크월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핫스폿을 건설하는 데 들어간 순수 무선 네트워크 관련 장비 분야 매출만 2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7600만 달러)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에서 핫스폿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액세스포인트와 네트워킹 카드 등 주요 장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들 제품 가격은 2001년의 136달러에서 작년에는 87달러로 하락한 후 올해 상반기중에 다시 7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NPD테크월드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베이커는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무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제품 평균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핫스폿 투자가 확대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역시 관련 장비를 공급하거나 시스템 구축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C넷은 이들 중에 소호와이어리스(http://www.sohowireless.com)와 클라우드네트워크(http://www.cloudnetworks.com) 등 양사가 각각 공공 및 기업용 무선 네트워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뷰소닉(http://www.viewsonic.com)은 이동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단말기를 선보였고 D링크(http://www.dlink.com)는 무선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기업들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세계 2위 휴대폰업체인 미국 모토로라(http://www.motorola.com)가 무선 네트워크업체인 어바이어(http://www.avaya.com), 프록심(http://www.proxim.com) 등과 손잡고 기존의 이동통신망과 WiFi(802.11b) 네트워크를 오가며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폰 및 관련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모토로라는 이통망 및 WiFi 네트워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개발에 주력하며 어바이어는 관련 네트워크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프록심은 핫스폿을 분담해 각각 올해 하반기중에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3사의 제휴는 전세계 휴대폰 및 (무선) 네트워크 시장에서 각각 1, 2위를 다투는 선두그룹 업체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음성을 전하던 이통망과 데이터 통신을 위주로 하는 WiFi 네트워크를 통합한 비스가 곧 본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팰러앨토에 있는 벤처기업 WiFi메트로는 지난해부터 자사 WiFi 가입자들이 사무실을 벗어나도 버라이존 및 싱귤러와이어리스 이통망에 연결해 초고속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AT&T, IBM, 인텔 등 3사가 지난해말 합작회사(코메타네트웍스)를 설립해 WiFi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이통망 및 WiFi를 통합하는 사업이 최근 미국 IT업계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
시너지리서치 그룹의 제러미 듀크 사장은 “앞으로 1∼2년 안에 이통망 및 WiFi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작업과 관련, 단말기 개발 등이 이루어지면 회사원들은 이동중에도 핫스폿이 설치돼 있는 카페와 호텔, 공항 근처에서 PDA와 노트북컴퓨터는 물론 휴대폰으로도 음성 및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IDC 애널리스트 와라스는 “최근 전세계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컴퓨터와 통신 분야 매출이 감소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업계가 역설적으로 이들 두 기술(컴퓨터·통신)이 결합해 새롭게 태어나는 WiFi 및 핫스폿 관련 분야에서 불황탈출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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