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3kg, 키 50㎝의 갓난아이를 성인으로 성장시키는 신비의 성장호르몬.
LG생명과학의 김명진 박사(44)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해 발육이 안되는 사람들을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40명의 학생 중 앞에서 두세 번째인 초등학생 아들 기훈이를 생각하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자신도 작은 키 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다는 김 박사는 아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데이터 확보를 위해 유치원부터 지금까지 기훈이의 성장을 유심히 관찰하고 소아과 학회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개발된 성장호르몬은 하루에 한 번씩 잠자기 전에 엉덩이나 다리에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해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컸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고 투약효과를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진 김 박사는 1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제형의 성장호르몬을 개발했다.
“키가 작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질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 하나로 어린 나이에 정신적 갈등이나 또래로부터의 소외감에 시달린다면 이는 육체적 질병 이상으로 심각한 것입니다.”
김 박사는 95년 초부터 주사 간격을 줄이는 연구를 시작했다. 새로운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개발하는 생소한 분야였다.
그는 “과학적인 흥미로 시작했지만 막연한 연구였다”며 “내가 만드는 약을 내 아들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나니 연구 범위가 넓어지고 신약 개발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됐다는 김 박사.
그가 개발한 서방출성(sustained-release) 인간성장호르몬 제형기술은 최근 유럽 22개국의 특허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약은 영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단계 실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했으며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의 허가를 위해 해외 임상 3단계 실험을 추진 중이다.
또 세계시장 상품화를 위해 스위스 BP사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약은 성장발육이 더딘 왜소증 환자의 치료는 물론 만성신부전증 치료제나 소아과 성장호르몬으로 사용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김 박사가 개발한 서방출성 성장호르몬의 핵심기술은 바로 DDS다. DDS는 약물을 꼭 필요한 부분에 가서 방출시키거나 천천히 퍼지게 해 약효를 정확하고 오래 지속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키가 크려면 일단은 잠을 잘 자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약물치료보다 생체리듬을 잘 조절해야 정상적인 발육이 촉진된다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약력>
△81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91년 미국 클락슨대 화학공학 박사 △92년 LG화학 입사 △97년 LG생명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03년 현재 LG생명과학 연구위원 상무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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