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 취임일 `징크스`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주가는 급락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취임일 ‘징크스’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전날 기대감으로 급등한 주가는 노 대통령의 취임일인 25일 24.04포인트(3.90%) 폭락하며 전날 주가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이 같은 대통령 취임식날 주가 약세는 이전에도 나타났다. 지난 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당일에도 주가가 17포인트나 하락했다. 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날도 주가는 549.89포인트에서 516.38포인트로 하락, 무려 4.53%나 폭락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분배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해 증시에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화적 접근방안을 찾겠다고 밝혀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을 내포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너무 큰 과장일 수 있다. 보다 차분하고 중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취임일 주가하락은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가 재료의 확인 속에 하락했기 때문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상황이나 미국 증시 동향, 주가 수급 여건 등이 중요할 뿐 대통령 취임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기업투명성 강화 등의 개혁은 단기적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기업 체질강화라는 큰 뜻에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이른바 ‘컨트리 리스크’라는 이름 아래적정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증시안정대책 등은 그동안 한번도 제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대통령 취임식 당일 주가는 모두 약세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취임한 해, 연간으로는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이번 노무현 대통령 취임도 주가와 경기회복이라는 기분좋은 출발점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