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인터넷대란, 그 이후

◆이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chairman@kinternet.org

 지난달 25일 발생한 인터넷접속 중단사태를 둘러싼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시민단체들은 과실혐의가 있는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공식화하고 있어 그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산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벤처기업들도 이에 관해 시시각각 변하는 추이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물론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과실이 있다면 마땅히 대가를 치뤄야겠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는 듯 보인다. 지금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정보보안체계를 재점검하는 한편, 개별기업 단위로도 보안을 생활화하고 선진형 사후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등 진정한 IT강국으로 가는 해법을 찾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번 사고의 의미와 대응방안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사고는 인터넷과 보안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일깨워준 계기였다. 혹자는 이번 사고를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번 일로 우리의 보안의식이 한단계 성숙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비록 IT강국의 이미지에 손상은 입었지만 진정한 강국으로 가는 길에 한번쯤 거쳐야 했던 통과의례였다는 평도 있다. 때문에 사고원인이나 책임소재를 숨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 기업가와 일반인 모두가 보안의식을 새롭게 가다듬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는 ‘사이버 테러’라는 신종 재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쟁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이나 천재지변에 대응한 풍수해대책 또는 테러대응체제에만 익숙했던 기업가나 국민에게 이번 사고는 사이버 재앙의 위력이 전통적 재앙의 파괴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국가적 사이버 위기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표준화하느냐는 중요한 과제다. 만일 사고가 주말 오후가 아닌 트래픽이 많은 평일에 일어났다면 그 피해정도는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원자폭탄의 파괴력과 맞먹는 수준의 재앙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사이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내에 CERT(Computer Emergency Reaction Team)라는 대응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정보보호진흥원내에 침해사고대응팀(CERTCC-KR)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정부·인터넷서비스프로바이더(ISP)·인터넷데이터센터·보안업체 등 정보체계의 요체가 되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위기관리 체제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인터넷사업자의 신고의무화 방안과 ‘정보화사업 초기부터 정보보호를 고려한다’는 정보보호영향평가제를 포함하는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IT 대기업을 비롯한 벤처기업들도 이러한 대응체계를 또 다른 비용요소로만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선진형 보상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사고의 원죄는 물론 웜바이러스를 최초로 유포한 자이겠지만 초고속통신망서비스 업체나 서버를 제작·공급하는 기업 그리고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기업들도 과실혐의에서 예외일 순 없다.

 반면 사고의 특성상 최초 유포자와 과실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재앙의 다양성과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높은 현실이다. 사고에 대한 보상체계의 확충은 반드시 해결할 문제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고객도 살 수 있다. 미국의 최대 보험업체인 A사의 경우 네트워크 보안관련 보험약관을 마련하고 자산·임금보호·피해보상 등을 포함하는 여러 종류의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가격도 기업 규모와 보상범위에 따라 100만∼25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전자상거래 종합보험’ 등 유사 보험이 있지만 보험가입률이 저조하고 사고유형과 비즈니스 특성에 따른 보험상품이 적어 아쉽기만 하다. 협회에서도 적당한 상품만 나온다면 회원사의 공동 가입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보험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편리성과 투명성을 추구한다. 누구나 인터넷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장체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IT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대응방식은 곧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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