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도록 정치권의 일각에서 제기돼온 전자개표 부정 논란이 결국 싱거운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재검표에서 전자개표기로 분류한 투표지에서는 후보자간 표가 섞이는 현상이 단 한 건도 없었고 다만 개표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 투표지의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실수가 드러났을 뿐이다. 애꿎게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의심받은 전자개표기가 무죄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애당초 전자개표시스템을 구축한 전문가들은 전자개표기는 그냥 계산기일 뿐이며 개표과정에서 물리적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해왔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은 전자개표 부정설이 제기되자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고 당선무효소송이라는 무리수를 밀어붙였다.
이번 사건은 첨단 IT가 경제·산업적 가치를 넘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정치적 불신까지 일거에 날려 버릴 정도의 객관성을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실제로 전자개표기는 재검표 결과 1100만여표의 투표용지를 체크하면서도 단 한 건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정확성을 검증받았다. 수작업으로 검표를 했다면 전국민이 다음날 새벽까지 밤잠을 설쳤겠지만 전자개표 덕분에 당일 저녁에 개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민주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첨단 IT가 큰 몫을 한 것이다.
앞으로 누구도 전자개표의 객관성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민초들로부터 수없이 욕을 먹던 한국 정치가 어느새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정치문화를 구현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전국 단위의 전자개표를 시행하는 사례는 아직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은 아직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는 펀칭방식이고, 일본은 정치인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 아날로그식을 고수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 대란으로 IT강국의 자부심이 땅에 떨어졌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너무 기 죽을 필요는 없다. 이번 재검표 해프닝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선거문화를 만든 IT강국임이 다시 확인되지 않았는가.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
10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