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이 XX야, 내가 진작에 사람을 줄이라고 했지. 왜 말 안들어서 회사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
최근 한 벤처캐피털의 담당자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의 최고경영자(CEO)인 K를 궁지로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선의의 투자자에서 냉혹한 채권자로 돌변한 벤처캐피털은 K의 회사에 3억원을 투자했다.
K의 회사는 지난 6개월간 50억원대 비용을 지출한 반면 같은 기간의 매출이 10억원에 불과해 적자를 냈다. 이는 고비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2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정보기술(IT)부문 투자위축으로 매출이 전무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감축하지 않아 당연히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게 K의 설명.
이에 대해 그는 “지난 2년여간 300개에 달하는 고객 사이트를 확보하면서 원활한 사후관리와 교육지원을 약속했다”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임직원 200명도 부족한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6개월 동안 지출한 50억원의 비용이 단기 차입금이라는 것. 이에 따라 K는 지난달 31일 회사의 존폐를 가름할 위기에 봉착하면서 당장 1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했다. 그러나 K가 융통한 돈은 1억2000만여원에 불과했다.
K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채권자들을 찾아가 ‘10억원 중 2억원을 먼저 상환하고 나머지는 3개월 후에 해결한다’는 미봉책을 끌어냈지만 여전히 8000만원이 부족했다. 이 때 직원 3명이 은행에서 개인대출을 받아 만든 3000만원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입사한 후 6개월 동안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던 영업부 사원이 600만원을 내밀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K는 회사에 위기를 몰고온 장본인이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K의 고집스런 경영방침이 좋은 결실을 내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날뛰는(?) 일부 벤처캐피털의 조급함이 또 하나의 벤처기업을 수렁에 빠뜨릴까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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