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21세기 SW수출의 첨병 양성

◆남영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해외협력단장(vpmarketing@software.or.kr)

 

 정보통신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18% 이상 증가한 549억달러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 중 소프트웨어의 예상 수출액수는 3억7000만달러 정도로 1%도 안되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다른 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과 기존 제품에 소프트웨어가 임베디드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산업임에 틀림없다. 또한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전략적 지원이 이뤄질 경우 향후 수년 내로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상품 노릇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작년 한해 동안 10여회에 걸쳐 국내외 SW제품상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SW제품상담회에서는 마켓이네이블러(market enabler), 즉 해외 바이어나 현지 유통기업 등을 초청해 사전에 연계된 국내 벤더들과의 일대일 만남의 장을 제공했다. 국내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마켓이네이블러들이 국내 SW제품들의 현지시장 진출가능성에 대한 피드백을 국내 벤더에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을 방문, 국내 제품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사업을 수행하는 담당자로서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SW기업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첫째, 소프트웨어의 해외진출 방식은 기존의 하드웨어적인 IT제품의 수출방식과 다르다는 점이다.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의 경우에는 제품의 품질, 기술력 등이 수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 반면 SW제품은 품질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의 신뢰도 등이 해외수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발생 가능한 손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종합상사식 수출방식은 SW제품에 적용하기가 어렵다. 국내 영업담당자들이 현지에 파견돼 제품 견본을 들고 해외 바이어를 찾아다니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다가 견본이 바이어의 마음에 들면 수백개에서 수천개를 대량 구매하는 방식은 SW제품의 판매에는 통하지 않는다.

 SW제품 수출의 노하우는 결국 해외 현지시장에서 활동하는 있는 마켓이네이블러, 현지 유통기업의 축적된 신용을 빌리는 것이다. 마켓이네이블러를 이용해 해외진출의 실마리를 푸는 것은 국내기업에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네이블러와의 상담을 통해 현지 판매 가능성이 적은 제품은 사전에 사업방향을 전환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현지화(localization)에 관한 노하우를 현지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알 수 있으므로 현지에서 헛수고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둘째,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SW제품의 해외영업 담당자들은 해외시장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지난해 초청상담회 때 겪은 부끄러운 경험을 소개하겠다. 상담회를 마치고 미국 등 선진국 이네이블러들과 저녁을 들면서 비공식 간담회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초청상담회와 우리나라의 SW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이네이블러끼리 대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엿듣고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인즉 한국 제품은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들이 있지만 상담자들이 영어로 제대로 설명을 못하고 소프트웨어 마케팅의 기본상식도 없어 상담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서 다른 한 이네이블러는 자기가 만난 10명의 기업인 대부분이 현지시장에서 당연시되는 마진 분배방식이나 시장개발자금(MDF) 등과 같은 기본 용어를 몰라서 심도있는 상담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는 작년에 4회에 걸쳐서 해외 마케팅역량 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을 영어로 마케팅 부트캠프(bootcamp·신병훈련소)라고 한다. 전투하는 간단한 기본기를 가르쳐주는 곳이라는 뜻이다. SW제품의 해외마케터가 교육만으로 키워지지는 않지만 교육을 통해 기본기를 익힌 후 현지 전문가와 계속적으로 교류를 가질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부트캠프사업은 해외시장에서의 신병을 훈련해 길러내는 기본과정이며, 마켓이네이블러 사업은 훈련된 신병을 SW수출의 첨병으로 길러내는 심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신병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이들이 마켓이네이블러들과의 상담을 통해 개별시장에 대한 전문지식이 깊어질 때 우리나라 SW수출의 100억달러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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