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여성]문화 하이랜드 사장

 “여자이기 때문에 힘든 일… 글쎄요. 자꾸 여자와 남자로 구분해 보는 시각이 제일 곤혹스럽습니다. 남녀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성이라는 단서를 달고 대하는 손님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문화 하이랜드 사장(46)은 소매유통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맹렬여성이다. 서울 구의동에 있는 복합전자센터 테크노마트에서 벌써 4년째 종합가전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백개 가전매장 가운데 문 사장처럼 여성이 직접 운영하는 곳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유통은 서비스업입니다.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의 비위를 일일이 맞춰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때로는 다소 황당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기분 상하지 않게 받아 넘겨야 합니다.” 문 사장은 유통이 힘든 업종인 것은 각양각색의 손님의 입맛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유통업은 여성인력의 활동이 두드러진 분야 가운데 하나다. 기대 이상으로 각 분야에서 많은 여성이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이나 사무보조, 매장안내원 등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여성이 직접 뛰어들어 유통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학교 졸업하고 지금까지 직장생활만 20년이 넘습니다. 나름대로 사회경험이 풍부하다고 자신하지만 사업체를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배 이상으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난관이든지 사업을 시작할 때의 각오를 잃지 않는다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사장은 가전유통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여성은 기술에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제품 개발 배경이나 기술의 우위성, 제품 기능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도 대부분의 손님이 이를 믿지 않고 남자 매장 직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가전제품의 원리를 이해하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선입관을 깨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제는 신뢰감이 쌓여 물건을 사간 손님은 열에 아홉은 다시 방문합니다.”

 문화 사장은 “최근 소비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이전보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2003년에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가전매장도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으면 좋겠다”고 신년 덕담을 대신했다.

  <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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