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사이버 패러다임

◆박성준 비씨큐어 사장 sjpark@bcqre.com

 

 최근 인기 탤런트 성현아의 누드집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유출돼 사회적인 파문이 일고 있다. 그깟 누드집이 무슨 사회적 파문까지 일으키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누드집 유출로만 볼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만약 이번에 유출된 것이 성현아 누드집이 아니라 정부의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응정책 관련 비밀문서라거나 정부의 조직개편방안 추진계획, 또는 특정 기업의 사운이 걸린 중요자료라면 사태의 심각성은 이보다 심할 것이다.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핵심은 디지털 공간에서 표현되는 콘텐츠나 지적재산권이 원 소유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출된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21세기 첨단 정보사회다. 과거 종이나 마그네틱 테이프 등에서 표현됐던 각종 정보들이 디지털 자료로 바뀌어 인터넷이란 첨단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업무연락을 할 때도 네트워크를 통해 e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같은 첨단 전달매체의 등장은 우리의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가 짧은 시간안에 복제되거나 네트워크를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 때로는 정보의 최초 유출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수많은 네티즌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며 원 저작자들에게 커다란 심적, 물적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해당 사이트에 디지털저작관리(DRM)솔루션을 공급한 업체와 방화벽을 공급한 업체간에 법적 책임 공방까지 얘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성현아 누드집 유출경위를 수사중이며, 이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려 했던 회사는 2차 공개 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솔루션을 갖추기 위해 분주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방패가 있어도 그에 맞서는 창이 있듯, 아무리 완벽한 보안시스템을 갖춰도 100%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관련 담당자들이 고민하는 것이다.

 보안솔루션 개발회사를 경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문제가 자칫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해당 콘텐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해커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형사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이버 패러다임을 사는 우리들의 의식이나 마음가짐(mind)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했으면 당연히 사회제도적인 틀도 사이버 패러다임으로 변해야 한다. 요즘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해 대통령 선거 당일 투표율을 높인 현상이나 광화문 촛불집회의 발단이 된 인터넷의 파급효과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연구하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이미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 패러다임으로 변했으며, 이제는 그 뒤를 이어 제도적인 틀의 변화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 바로 우리들의 마인드 변화다. 급변하는 정보사회에 적응하고 여기서 생존하려면 당연히 우리의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적인 자세도 변해야 한다. 인터넷은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회·경제·정치·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것을 부정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인터넷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와 회사, 가정이 어떻게 하면 사이버 패러다임상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할이자 책임일 것이다. 어느 사회나 범죄와 사회 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큰 죄의식 없이 무단으로 복제하는 디지털 정보도 타인의 귀중한 지적 재산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사이버 패러다임을 사는 우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신 소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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