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MRO비즈니스 현주소

 ◆LGMRO 김명득 상무

기업소모성자재(MRO) 비즈니스는 디지털시대, 혹은 인터넷시대의 산물인가. 열병처럼 앓았던 지난 몇년간의 인터넷 열풍은 소위 버블논쟁을 뒤로 한 채 옥석이 가려지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서 B2B 분야도 많은 부침을 거듭했고 그래도 이 가운데 다소 안정을 잡아 가는 것이 MRO비즈니스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 MRO비즈니스가 본격 도입된 것은 4년 전이다. 지난 99년 2월 국내 최초로 LGMRO가 사업모델을 개발해 같은 해 9월 영업활동을 본격화한 이래 많은 MRO업체가 생겨났고 나름대로 시장을 확대시켜 오면서 많은 논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직형(vertical)이냐, 수평형(horizontal)이냐.’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점 형태냐, 아니면 백화점 식으로 모든 상품을 취급해야 하나.’ ‘거래중개형이 맞느냐, 구매대행형이 맞느냐’ 등 많은 논의와 논쟁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논의와 논쟁들은 결국 시장과 고객에 의해 결론 난다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의 냉정한 진리일 것이다.

 4년 남짓 시장의 검증을 거치면서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시킨 구매대행 모델이 승자가 되어가는 듯하다. 왜 많은 기업 고객들이 MRO의 구매대행을 선호할까. 일반적으로 기업의 구매금액 중 MRO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구매를 위한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MRO 구매와 관련되는 비용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MRO 구매의 아웃소싱이 일반화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많은 실증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GM·IBM·포드 등 글로벌기업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얼마전 포레스터리서치 등의 발표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MRO 구매의 아웃소싱을 통해 구매프로세스 관리비용과 구매금액, 구매단가 절감, 효율적 재고관리, 작업현장에서의 임의구매 최소화, 납기단축, 구매담당직원의 전략적 업무로의 전환, 투명한 구매실현 등 상당한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기업고객들이 이와 같은 가치를 충분히 느끼고 있고 MRO사업자와 기업고객간에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충분한 토대는 마련되고 있는가. MRO 구매를 아웃소싱하는 고객사 측면을 보면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원가경쟁력이라는 밀림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MRO사업자가 제공하는 비용가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MRO를 아웃소싱하는 기업고객들은 대부분 납기, 상품정보, 기술적 애프터서비스, 긴급 대응력, 클레임 처리 등에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RO사업자들은 사이트 하나 달랑 만들어 놓으면 사업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고 사업의 인프라를 고객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MRO사업자들이 고객사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전자 카탈로그와 상품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고 고객의 주문에서 최종 기술적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또 고객사의 비계획 구매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MRO 구매시스템을 유연하게 설계하는 한편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의 정보시스템과 쉽게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급업체들이 구매자에게 신뢰성 있는 제품정보를 제공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납기 내에 배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MRO사업자들은 엄격한 사전심사를 통해서 수준높은 공급업체를 확보하고, 이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들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안전한 보안체계 수립, 결제수단의 확보, 전략적 구매의사 결정을 위한 구매 분석자료의 제공 등도 MRO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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