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계미년을 맞이하며

 KS(Korea Standard), 이것은 어릴 적 좋은 품질의 제품이라는 의미로 기억돼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공업화 수준이 뒤져 있을 때라 KS규격을 만들어 소위 양질의 제품에만 KS라는 딱지를 붙여주었다. 당시 KS라는 규격이 얼마나 힘든지는 몰랐으나 직장인이 돼서 미군의 MIL-SPEC(military specification)를 적용한 제품을 만들면서 스펙에 만족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지 알았다.

 또 하나 KS라는 의미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소위 명문고, 명문대 출신을 지칭하는 말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사람들보다 우월한 사람을 부를 때 그런 말을 사용해왔다.

 물론 우리나라 유수 기업 CEO의 상당수가 이런 명문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어디 기업뿐인가. 정치계에서도 학계에서도 학연으로 엮인 연고는 가장 강력한 휴먼 네트워크로 자리잡고 있다. 그 곳 출신이 아닌 나를 포함해 많은 소시민들로서는 그 동안 우리나라의 리더를 배출한 KS군단을 경외심을 갖고 바라보며 또 한편 상류사회 주류를 차지하는 그들을 부러워해야만 했다. 사실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그 대열에 합류한 사람도 많을 테니까.

 언제부턴가 사람을 만나면 출신 학교를 물어 보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스스로 편견을 갖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다. 역시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된 학력은 보기와는 많이 달랐다. 그저 획일적인 시험과 사회의 제도에 잘못 측정된 결과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조금 일찍 뛰었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며 출발이 늦었다고 항상 지는 것도 아니다. 전략과 비전을 갖고 노력하라. 상투적인 얘기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으로 더욱 절실히 들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새해부터, 암암리에 형성되었던 각종 연고의 커뮤니티는 과거의 출신으로가 아닌 현재의 상황으로 바뀌어야 한다. 본인도, 타인도 프리미엄을 얹어서 보는 과거는 과거 노력의 훈장으로만 평가돼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는 스스로 옥죄는 사회의 불합리로 학연과 지연, 혈연에 의한 우대정책이라는 것을 외쳐왔다. 또 그런 연고의 커뮤니티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폐해도 많이 보아왔다. 계미년 새해부터 그런 폐해가 없어지리라는 기대가 생기는건 나만의 생각인가.

 박찬준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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