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봉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출연사업부장 sbkim@iita.re.kr
2002년은 우리가 겪은 스스로도 놀랄 만한 몇가지 사건(?)으로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먼저, 지난 6월의 월드컵축구대회. 우리는 16강에 대한 목표를 달성했고, 꿈의 실현이라는 8강에 도달했으며, 급기야는 신화와 같은 4강을 이룩하였다. 그 꿈과 신화의 무대였던 월드컵 축구대회는 길거리 응원을 통해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고, 열정적이되 자제할 줄 알고, 승리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되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국민성을 세계에 맘껏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우리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한민족성을 느끼게 하였고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정치분야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국민적 욕구와 열망이 반영됐다. 또한 과거 투쟁적인 구호와 음해성 폭로가 난무하던 선거전략이 더 이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참신한 정책과 비전의 제시를 통한 토론과 대화가 있는 정책대결의 장을 조성했다. 그리고 세대간 정치적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게 대비됨과 동시에 절묘한 조화를 이룬 선거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지역감정의 한계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나 과거보다는 뚜렷이 약화되고 있어 앞으로는 지역주의를 등에 업은 선거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6월과 12월의 놀랄 만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큰 변화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첫째, 앞으로 정치적 대결이든 스포츠든 그것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승자와 패자를 철저히 가리는 비정한 대결이 아니라 상호 공존과 화합, 희로애락의 진정한 공유를 통한 행복한 사회 추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이웃과 지역 그리고 이 나라와 이 세계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하나의 지구촌 세상인 것을 우리는 새롭게 경험했다. 둘째, 이제는 맘껏 우리들의 꿈과 소망을 펼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한이 많은 민족과 국가가 아닌 행복하고 밝은 나라가 되고자 하는 길목에 서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로 하나되는 모습과 한푼 두푼 모은 저금통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후원하는 신세대들의 뜨거운 가슴을 통해 우리나라의 밝은 기가 하늘로 충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6월과 12월의 변화의 계기를 위협하는 사건이 안타깝게도 북한으로부터 있었다. 지난 6월에 북한은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많은 사상자를 낸 무력도발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로 인한 국민적인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이번 12월의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북한은 핵 동결 해제선언이라는 예기치 않은 대응으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 동결 해제선언과 이어지는 핵 동결 시설에 대한 봉인 해제 조치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조치 등이 논의되는 등 한반도가 전쟁위기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국제적인 약속이나 협약의 위반 및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도발적인 위협 등이 결코 남북한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남한은 2002년 한 해만 해도 국가적 차원의 커다란 변화와 발전을 경험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꿈과 신화를 탄생시킬 수 있는 2003년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발전적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남한은 변하고 있다. 북한 역시 실기하지 말고 변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남북한은 평화적 통일에 대한 꿈의 공유가 더더욱 절실히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내외적인 개혁을 추구하고 상호 대결과 위협을 경쟁과 협력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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