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해의 마지막 날이다. 첫 출발의 희망 및 기대와 함께 시작하는 원단(元旦)과 달리 한해의 마지막날은 아쉬움이 더한 날이다. 더구나 올해는 역동적으로 상징되는 말띠해였다.
IT산업에 있어 말띠해의 마지막날은 만감을 교차하게 할 정도로 아쉬움이 더한다. 잔치를 벌인 기업들도 더러 있었지만 또다시 내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IT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던 삼성이나 LG전자,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경우에는 말띠해가 갖는 상징 그 자체였다. 게임이나 벨소리 등 일부콘텐츠업체들도 말띠해는 역동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업체들에 있어서 말띠해 2002년은 곱씹기 싫은 악몽의 한해였다.
실적은 실적대로, 자금은 자금대로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IT벤처 붐이 인 이후 최악의 한해였다. 사실 IT벤처는 98년 IMF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의 정책목표이기까지 했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고위관계자들 모두 국가경쟁력을 언급하면서 벤처의 희망을 이야기했고 벤처지원을 지상과제로 삼기까지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마지막해인 2002년 말띠해에 있어 국민의 정부는 아쉬움을 넘어 비난의 대상으로까지 이어진다. 일부 벤처기업인의 비리로 촉발됐던 벤처위기는 현재 상황에선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벤처를 촉발시켰던 국민의 정부는 벤처거품이 꺼지고 사그라드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벤처비리가 사회를 휩쓰는 상황에서 벤처지원정책을 이야기하면 오해받기 십상”이란 표현과 함께 벤처를 미운 오리새끼 취급했다.
유명무실화하다시피한 벤처열풍 초기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는 게 마지못해 내놓은 지원책이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국민의 정부는 ‘지식기반경제하에서의 벤처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안’이라고 말했었다. 상황은 달라졌을지라도 벤처가 갖는 상징성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말과는 정반대의 양순함으로 상징되는 양의 해에는 벤처가 말처럼 역동적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화부·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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