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시장이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술주 거품의 몰락, 경기침체, 주식공모(IPO) 부진 등으로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지난 96년의 최고치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 나스닥에 현재 상장돼 있는 3684개 종목은 지난 80년대초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니드햄의 투자은행업 공동책임자 차드 켁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하이테크 붐 시대에 상장돼서는 안될 종목들을 무더기로 나스닥에 상장되게끔 앞장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나스닥의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나스닥 상장종목의 11%가 최근 상장폐지 하한선인 주당 1달러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중 54개사는 샌타클래라의 소닉블루, 새너제이의 옵링크커뮤니케이션스 등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회사로 실리콘밸리 모든 상장기업의 14%에 달하는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나스닥의 몰락이 다윈의 적자생존 원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홍보전문업체 스테이플턴커뮤니케이션스의 창업자 데보라 스테이플턴은 “정상적인 환경에서라면 잘 해나갔을 일부 기업이 엄청난 시련 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면서 “단지 생존에 의미를 두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상장기업수가 줄어들었다고 나스닥의 생존능력이 위협받는 것은 아니지만 명성에 손상이 갔을 뿐 아니라 상장 및 거래수수료 격감으로 커다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게 무엇보다 문제다. 일각에서는 나스닥 회장 하드윅 시몬스가 내년 초 임기 만료시 사임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도 앞으로 봇물같이 터질 상장폐지가 그 원인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정도다.
주식시장을 연구하는 대외관계위원회의 선임연구원 벤 스타일은 “나스닥이 하이테크 붐의 과실을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지 않지만 동시에 주가폭락의 잘못을 뒤집어쓸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스닥이 이렇게 무기력해진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파산한 새너제이의 갯죽스네트웍스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살롱미디어 같은 일부 기업은 주가를 적어도 10거래일 연속 1달러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상장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수백개의 다른 기업 운명은 이처럼 시장이 기준을 강화하면서 합병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의 이전을 통해 사라진 지난 98년 결정됐다. 월드컴이나 비욘드닷컴 (Beyond.com) 등은 파산으로 인해 또다른 상장요건인 실적보고서 제출에 실패해 상장이 폐지됐다.
나스닥은 지난해 9월의 테러참사 이후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에 뚜렷한 회생계획이 있을 경우 주가회복을 위한 기간으로 최장 360일을 부여했다.
기업은 나스닥의 최고 거래소인 나스닥 전국시장에 남아 있으려면 주가를 적어도 1달러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최소 500만달러의 공개거래 주식보유, 혹은 적어도 75만명 이상의 주주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나스닥 전국시장에는 오라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시스템스 등 쟁쟁한 업체들이 상장돼 있다.
수백개의 규모가 더 작은 기업들은 나스닥 소형주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이 곳에서도 주가는 적어도 1달러 이상에서 유지돼야 하지만 주주 및 공개거래 주식 등의 요건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다.
어떤 회사의 상장이 폐지될 경우 이 회사 주식은 보통 OTC 게시판이나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회계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돼있지 않은 핑크시트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나스닥의 100여개 업체는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주식 액면병합을 단행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이발브소프트웨어는 40대1의 이례적인 비율로 주식 액면병합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역사적으로 이같은 움직임에 차가운 눈길만을 보내왔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팜, AT&T, 루슨트 같은 대기업이 액면병합을 실시할 경우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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