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마지막 닷새처럼

◆박주용 디지털경제부장 jypark@etnews.co.kr

 

 12월이 되면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가 무엇인가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해를 어떻게 경영했는 지에 대한 반성은 필연이다. 반성할 것이 없을 만큼 완벽한 삶을 산 인간은 몇이나 될까. 지난번 선거에서 승리해 정치인으로는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새대통령 당선자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반성의 강도를 놓고 볼 때 개인이 기업보다, 기업이 정부보다 더한 것 같다. 책임감이라는 것이 정부보다는 기업, 기업보다는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개인은 수시로 반성하고 기업은 경영진 인사를 통해 반성한다. 그러나 정부는 반성의 표현이 서툰 것인지, 할 줄 모르는 것인지 별 표정의 변화가 없다. 책임질 일을 하지 않았다거나 책임질 사람이 없기 때문으로 봐야하는데 두 가지 모두 신뢰가 가지는 않는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월드컵 신화와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었다는 대통령선거를 빼면 올해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국가 경제면에서 특히 그렇다. 잇단 비리로 쭈그러진 벤처, 자금시장의 경색, 엄청남 복구비를 요구하는 태풍피해, 바닥을 헤매는 증시 등 오히려 어두운 기억이 많다. 비록 일부 IT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희망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악재들은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이어져 새해에도 우리를 억누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얄팍해진 달력을 보며 개인이나 기업, 정부 관계자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했던 ‘지난 한해 동안 무엇을 했는가’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이제 윤곽을 드러났을 것이다. 개인들에게는 지난 한해 동안 판단 잘못이나 실수로 깨어져 버린 꿈들이 아쉬움으로, 기업에는 실패한 경영의 편린들이 자성이라는 목소리로 다가서 있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라고 회한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적절치 못한 행정이나 정책들이 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골인 지점을 통과한 거북이를 뒤쫓는 이솝우화의 토끼의 심경과 비슷하리라.

 그러나 이맘 때의 개인이나 기업, 정부 관계자들도 과거의 실패담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패에 대한 기억보다 이를 교훈삼아 새로 시작될 한해에 대한 각오가 더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처음 가졌던 마음, 정열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나온 말이다. 개인이나 기업, 정부 관계자 모두가 가슴에 두어야 할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초심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심이 어렵다면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느끼는 후회와 새로운 각오를 한해 동안 잊지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실수나 실패, 아픔을 바탕으로 다지는 각오는 단순한 열정이나 의욕과는 또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해도 오늘까지 닷새 남았다. 과거보다 나은 생활을 꿈꾸는 개인이나 지금 보다 더 성장하기를 원하는 기업, 진정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인정받는 정부를 만들려는 관계자 모두에게 새로운 한해가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닷새 동안 모두가 느끼는 회한과 각오가 내년 한해는 우리나라를,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힘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