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TF의 궁색한 입장

 KTF가 최근 퀄컴과 브루 사용 계약을 연장했다. 미국 퀄컴 본사가 발표하고 이를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해 전해진 소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KTF나 한국퀄컴을 통해 공식적인 발표를 들을 수 없었다. 신문 국제면을 꼼꼼하게 읽은 사람들만 ‘그런 계약을 체결했구나’하고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재계약 시점이 임박하면서 KTF와 퀄컴의 브루 사용 재계약 여부는 무선인터넷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브루는 콘텐츠 제작이나 단말기 개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다. 콘텐츠업체나 단말기 제조업체들로선 국내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KTF가 브루를 계속 쓸지 말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KTF로부터 국내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으로 유력한 ‘위피’가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브루를 병행 사용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었던데다 KTF와 퀄컴의 불화설도 심심치 않게 들렸기 때문이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이처럼 큰 데도 불구하고 KTF는 계약 연장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사소한 이벤트 하나까지 보도자료를 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KTF 관계자는 “계약조건이 변하지 않는 연장계약이어서 발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연장이냐 아니냐가 그간의 관심사였던 만큼 설득력이 없다.

 한국퀄컴 관계자도 “KTF에서 재계약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을 꺼려 본사에서만 발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를 추진중인 정보통신부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KTF는 국내 2위 이통사업자다. 그만큼 무선인터넷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그렇다면 2위 사업자답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옳다. 게다가 KTF는 내년초 ‘위피’ 탑재 단말기를 출시하고 보급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를 감안해보면 이번에 퀄컴과의 계약 연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퀄컴과의 계약 연장을 애써 감춰야할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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