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저작권법’ 시행이 차질을 빚게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EU의 새로운 저작권보호법 승인 마감시한인 지난 22일까지 입법화에 나선 유럽 국가는 그리스와 덴마크 등 2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유럽내 다수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 내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EU의 디지털 저작권법은 시행은 물론 유럽 각국으로 확산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무엇을 담고 있나=EU의 디지털 저작권법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음악·영화·소프트웨어 등이 불법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개인복제의 정의를 확대 강화해 인터넷에서 얻은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주고 받을 경우 사용자의 신원과 사용횟수까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암호기술을 활용, 콘텐츠 사용료를 100% 징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등 저작권법 관련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
◇승인이 지연되는 이유=EU는 이 법의 승인 마감시한을 22일로 잡았다. 그러나 이때까지 그리스·덴마크만이 입법화했고 독일·영국·프랑스 등 EU의 주요 강국들은 외면했다. 각국이 입법화에 선뜻 나서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의원들이 이 법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이 나서서 각국 의원들을 설득했으나 의원들은 저작권 보호기술이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다운로드 및 배포에 실효를 거둘 수 없는 상황에서 법 승인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각국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저작권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의원들이 소비자 권리에 해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 법을 구태여 추진하려 들지 않는 것도 법 승인이 늦춰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콘텐츠 업계 입장=각국에서 디지털 저작권법의 승인이 미뤄지자 콘텐츠 업계는 낙담하는 빛이 역력하다. 유럽 소프트웨어 사업자 단체인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의 관계자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불법복제에 시달려온 세계 콘텐츠 업계는 인터넷 파일교환(P2P)이 확산되면서 한층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의 통과로 그동안 팽팽하게 조여온 ‘목줄’이 느슨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각국이 승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유럽 콘텐츠 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각국이 디지털 저작권법 승인에 미적거리면서 유럽 콘텐츠 업계는 부진을 헤어나오기 힘들게 됐다. BSA측은 “유럽 소프트웨어 업계가 불법복제로 매년 30억유로(30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산업보호 측면에서도 각국이 디지털 저작권법 확산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는 미국 등 주요국이 저작권 보호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EU도 이같은 추세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영국은 내년 3월 31일까지 법의 승인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이 법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는데 WIPO가 유럽뿐 아니라 미국·아시아 등지로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상황은 유럽 콘텐츠 업계에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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