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다폰의 크리스 겐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주 사임을 발표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또 후임 CEO 내정자로 한때 보다폰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미국 에어터치의 사장을 지낸 아린 사룬(48)이 발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통신업계가 또 한번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보다폰이 선택한 아린 사룬은 인도 출신의 미국인으로 에어터치의 사장을 지내며 보다폰과 승부를 겨룬 사람이다. 그는 1999년 에어터치와 보다폰이 합병한 후엔 보다폰 미국 및 호주 사업부의 책임자를 지냈다. 다른 사업을 위해 보다폰을 떠났던 사룬이 근 3년 만에 다시 보다폰에 돌아온 셈이다. 겐트가 이끌던 보다폰과 경쟁하다 자신의 회사가 합병되자 잠시 보다폰에 머문 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던 사룬이 겐트의 뒤를 이어 보다폰의 CEO가 되는 얄궂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아린 사룬은 1984년 퍼시픽 텔레시스 그룹에 입사하면서 처음 통신산업에 발을 디뎠다. 주로 사업기획 및 이통사업 분야를 담당하던 그는 요직을 두루 거치며 1989년 부사장에 올랐다. 그 후 퍼시픽 텔레시스는 이통회사 에어터치로 발전했고 사룬은 에어터치 인터내셔널 CEO를 거쳐 1997년 에어터치의 CEO에 올랐다.
에어터치는 90년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보다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어터치가 보다폰을 인수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높았다. 그러나 90년대 통신산업 붐을 타고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편 보다폰은 결국 400억파운드의 거금으로 에어터치를 인수했다.
그는 보다폰 미국 및 호주 사업부를 잠시 이끌다가 2000년 인터넷 소프트웨어 회사 인포스페이스의 CEO로 자리를 옮겼다. 보다폰의 미국 사업부가 GTE 및 벨 애틀랜틱과 합쳐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설립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인포스페이스도 곧 떠난 그는 자신의 통신 경영 및 전략 경력을 살려 통신산업 전문 투자회사인 애셀-KKR의 CEO를 지내다 이제 보다폰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피말리는 경쟁과 이합집산, 유례없는 호황과 침체를 통과한 통신산업계의 산증인 사룬이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를 꿈꾸는 보다폰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주목된다.
사룬은 인도 과학원을 졸업했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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