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탈출에 대한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말의 해, 임오년(2002년)도 서서히 저물고 있다. 전세계 IT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올 한해 동안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들처럼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전세계 통신산업과 컴퓨터, 인터넷(미디어 포함), 반도체 등 IT관련 업계에서 나타났던 주요 흐름을 정리, 4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
올해 전세계 통신 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통신 서비스 및 장비업체들까지 적자 사업부 매각과 감원, 파산 등이 1년 내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계 최대 통신 회선 업체 글로벌크로싱과 미국 2위 장거리전화업체 월드컴을 포함해 상장기업만 약 20개사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무려 약 50만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영국 브리티시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 도이치텔레콤, 네덜란드의 KPN 등 유럽 통신 서비스 업체들도 제3세대(G) 주파수 경매대금 등으로 자사 주식의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부채와의 전쟁을 벌였다.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불황은 곧 투자동결로 이어져 통신 장비 업체들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이에 따라 스웨덴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이 올해 120여년 만에 첫 적자를 발표했고, 미국 최대 통신 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도 프랑스의 경쟁업체 알카텔과 인수·합병(M&A) 협상이 무산된 뒤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몰려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전세계 통신 관련 업체들 중에 상당수는 올해 최악의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가 됐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통신 업체들이 고전하는 것을 기회로 활용해 통신 시장에 진입하거나 기존의 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이들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개인휴대단말기(PDA)에 휴대폰 기능을 포함시킨 스마트폰용 운용체계(SW)인 ‘스팅어’를 앞세워 이통 시장으로 세력확대를 시도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에 대해 휴대폰 업계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마쓰시타 등 기존 업체들은 휴대폰SW를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심비안의 소스코드까지 공개하겠다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또 세계 2위의 휴대폰 업체인 미국 모토로라와 스웨덴 에릭슨, 네덜란드 필립스 등은 휴대폰 설계도에 해당하는 특허까지 통째로 전세계 업체들에 판매하고 있는 것도 휴대폰 시장의 진입장벽을 ‘사실상 허물었다’는 점에서 이통 단말기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대만 벤크와 GVC, 중국 TCL, 닝보버드, 차이나케지안 등이 올해 무더기로 휴대폰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 지멘스도 최근 3G 휴대폰을 독자 개발하는 것을 포기하고 미국 모토로라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기로 하는 제휴를 체결, 휴대폰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는 일본 3위 이통 업체 J폰이 유럽의 GSM을 발전시킨 WCDMA 기술을 사용하는 제3세대(G)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NTT도코모와 KDDI 등 이통 3사가 모두 3G 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특히 최근 세계 최대 업체인 영국 보다폰 등 유럽 업체들이 3G 서비스 제공시기를 계속 연기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또 올해 미국 이통 업계도 6개 사업자들 가운데 경쟁에서 탈락하는 1, 2개 사업자가 인수·합병되어 이통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이 꼬리를 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2.5G 및 3G 서비스에 대한 신규 투자는 극도로 위축됐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 이통 업계가 올해 극심한 불황을 겪는 가운데 다른 사업자 통신망을 빌려 정액제 이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망 사업자(MVNO)들이 속속 출현해 좋은 대조를 이뤘다. 이들 가운데 세계 최대 MVNO 업체인 버진모바일은 미국 2위 이통 업체 스프린트PCS의 통신망을 빌려 미국의 주요 도시 4000여곳에서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세계 최대 이통 업체로 발돋움한 중국은 최근 이통 가입자가 2억명을 돌파했다. 또 중국 정부는 독자 개발하고 있는 TD-SCDMA를 3G 이통 표준의 하나로 확정하고 지난 11월 이를 위해 155㎒의 주파수 대역을 배정,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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