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신기술 개발과 실용화

◆김동철 기술표준원 원장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화두는 단연 변화와 경쟁력이다.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시장은 국제표준으로 단일화되고 있다. 단일화된 시장에서 승자는 독식하고 패자는 모두를 잃게 된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기업이 동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살아남아 번영할 수 있는 주요 관건은 기술로 모아지고 있다. 단순한 외국기술 도입에 의한 설비능력의 확장이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신제품 생산이나 산업 발전, 무역 확대도 기술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기술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반도체 D램 등 일부분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대부분의 기술에서 미국·EU·일본이 앞에서 버티고 있고 뒤로는 중국과 동남아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기술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모든 사람의 새로운 인식이 없이는 자칫 넛크래커(nut cracker)속의 호두 신세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에서는 관련 전문가와의 오랜 토론을 거쳐 2010년까지 우리산업의 발전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비전의 달성을 위한 핵심으로 기술문제를 제기하고 연구개발(R&D)비의 확대, 선택과 집중에 의한 기술개발전략, 산업기술 인력과 표준 등 산업기초의 강화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의 주체는 기업이다. 이제 기업이 이를 잘 활용, 변화에 대해 순방향으로 기술개발전략을 짤 때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할 때는 다음의 과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시장의 수요를 정밀 조사·연구해 신개발 대상 기술의 방향과 내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는 기획을 해야 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자사의 능력과 강점에 맞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의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도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 선택한 기술에 대해서는 전력을 투구하여 집중한다. 기술개발은 필히 위험성(리스크)을 수반한다. 리스크가 큰 기술은 성공에 따른 보답도 크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한 기술도 기술이다. 실패한 기술에서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술이 탄생되었던가.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말자.

 셋째, 개발에 성공한 기술은 생산현장에 적용되어 새로운 제품으로 실용화되어야 한다. 실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술은 인정받지 못한다. 실용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늘도 결함이 없고 내일도 고장이 없으며 어린이나 바보가 사용해도 안전한 제품을 값싸게 생산해야 한다. 제조물책임(PL)법의 시행으로 이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아직도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실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기술이 많아 안타깝다.

 넷째, 상품화에 성공한 기술로 창출된 부는 또 다른 신기술 개발에 재투자되어 기업에 큰 부를 안겨주어야 한다. 아울러 특허 등 지적재산권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개발의 선순환구조가 확고하게 뿌리내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빌 게이츠가 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를 선택하고 기술인이 더 나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 길이다.

 기술표준원에서는 이러한 기술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신기술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이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기술에 대해 이를 정확히 실사, 인증하는 것이다. 다른 인증과는 달리 실용화에 성공한 기술에 대해 2∼3개월 동안의 현장실험을 거쳐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평가하고 있다. 누구나 국산 신개발제품에 대해 최초의 사용자가 되기를 꺼리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인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기술인증제도는 내년부터 인증제품 사용시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해주는 신뢰성 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연구과 실험실에서 밤낮없이 고생한 연구원과 기업인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싶다. 늦게나마 이공계를 살리고 기술인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강한 산업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밝은 내일을 위해, 우리기술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때까지 이 소리가 변함없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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