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대 위성TV 업체 에코스타와 휴즈일렉트로닉스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미국의 2위 위성TV 업체 에코스타와 디렉TV를 운영하는 휴즈는 270억달러 규모의 M&A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10일(현지시각) 밝혔다.
에코스타는 규제당국이 이들의 M&A가 시장 독점과 경쟁 저하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해 인수 작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미국 위성TV 시장의 95%에 해당하는 1900만 가구를 고객으로 갖는 미국 최대 위성TV 업체의 탄생을 추진했다. 그러나 연방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M&A에 의해 거대 위성TV회사가 생기면 유료TV시장에서 경쟁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해 왔다. FCC는 지난 10월 “두 회사의 합병은 위성TV 시장에 독점을 가져오고 케이블TV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쳐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며 양사의 합병 승인 요청을 거부했다. 법무부와 미국 23개 주도 에코스타의 휴즈 인수를 막기 위해 11월 법원에 합병금지가처분소송을 냈었다.
에코스타와 휴즈는 이날 규제당국의 반대로 합병계약서에 정해진 시한 내에 합병이 이뤄질 수 없어 계약을 무효화한다고 밝혔다. 에코스타는 당초 계획대로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된 보상으로 휴즈에 6억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에코스타의 계획이 좌절되면서 제너럴모터스의 계열사인 휴즈의 디렉TV는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프, 리버티미디어 등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뉴스코프는 최근 “다이렉TV는 뉴스코프의 경영 전략 추진에 적합한 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뉴스코프와 휴즈의 M&A는 공정경쟁을 저해할 문제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 무산은 휴즈보단 에코스타에 좀 더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스타는 당초 매입하기로 했던 위성통신 회사 팬암셋의 휴즈 지분 27억달러도 지불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휴즈는 이 문제로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의 향후 행보에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을 우려, 에코스타에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양사의 M&A 무산에 따라 앞으로 위성TV 업계는 물론 케이블TV 업계까지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숙 단계에 이른 미국의 TV 시장에서 에코스타와 디렉TV뿐 아니라 이들 위성TV 업체와 케이블TV 업체까지 서로의 가입자를 뺏앗아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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