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바이오 벤처의 과제

◆노승권 유진사이언스 사장 sknoh@eugene21.com 

 스산하게 추워지고 있는 날씨만큼이나 춥고 어려운 시절이 벤처기업들에 계속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이 있거나 충분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창업한 기업이나 특히 장기간 큰 투자가 필요하고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바이오 벤처기업은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생물공학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주요한 특징은 단순히 연구를 하는 것을 떠나 제조업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업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특징은 기본적인 연구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바이오 벤처기업은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연구시설을 갖추는 데도 10억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제품의 상업화에 오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것도 바이오 벤처기업의 특징이다. 10년 이상이 걸리는 의약품 개발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며 식품분야라 하더라도 안정과 유효성 자료를 확보하는 데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를 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네 번째는 인허가 과정이다. 인허가 과정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생물공학 관련 인허가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는 규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벤처기업의 최대 과제는 마케팅이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들 외에도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종래의 벤처기업과 달리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99년 바이오 붐을 타고 설립된 벤처기업 수만 500∼6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칠 만한 투자를 유치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최근 더욱 열악해진 투자 환경으로 바이오 벤처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단기·중기·장기 프로젝트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기술의 난이도와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지 않은 과제를 단기·중기 과제로 개발, 이를 통한 매출과 수익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장기 대형 과제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대형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한꺼번에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을 조금만 접으면 된다. 매출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바이오분야의 특징적인 징검다리 자금조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연구진척 단계에 따라 펀딩을 받으면 경제상황이 좋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실패할 경우에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대기업과의 협력이다. 양측의 협력으로 벤처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연구 및 마케팅 인프라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대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상품을 벤처기업에서 조달할 수가 있어 이른바 윈윈 게임이 가능하다. 특히 벤처기업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단독 마케팅이 초래하는 막대한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음 과제는 해외진출이다. 해외진출은 해외 투자자금 유치와 시장진출로 나눌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프로젝트의 독특성과 지적재산권의 강도, 시장수요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를 동시에 하는 것도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시장의 독점권 등을 주고 반대급부로 좋은 조건으로 투자받는 것은 이상적인 방법이 된다.

 동일한 현상을 동일한 환경에서 겪더라도 이에 대한 생각과 타개책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당연하다. 현재 우리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으로 인해 연구 공동화 현상 등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알짜 기업들이 자리잡아 생물공학기업의 최대 특징인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향유하는 기업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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