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이 컴퓨터와 휴대폰의 뒤를 이어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와 후지쯔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클라이슬러, BMW와 공동으로 자동차를 무선으로 조작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하는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는 오는 2004년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본격화하면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는 자동차 분야 매출 비중이 2배 정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알프스전기는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오디오 및 냉·난방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 일본 닛산자동차에 이어 독일 BMW에도 대량으로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알프스전기는 최근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부품 판매가 크게 늘어나 올해 매출액이 680억엔(약 6800억원)을 기록한 후 오는 2006년을 전후해 1000억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교세라도 올해 20억엔을 투입해 시가현에 자동차용 전자부품 공장을 마련한 것을 비롯해 옴론과 다이요유전 등 전자부품 업체들이 전자·정보기술(IT)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컴퓨터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전자부품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자동차 업체들은 새로 개발되는 차종에 각종 반도체와 텔레매틱스 등 이동통신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IT 컨설팅 업체 가트너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128억달러(약 15조6160억원)에 달하고 또 앞으로 매년 약 8∼10%씩 증가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또 컴퓨터와 휴대폰은 신제품 출시 주기가 6개월에서 1년 정도에 불과해 이들을 위한 부품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자동차용 부품은 한번 개발하면 적어도 2∼3년은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일본 전자부품 업체들을 자동차 시장으로 유인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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