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길 바쁜 대만LCD업체들

 대만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들이 공급가격 폭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공급가 하락세가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현상태로는 적자에서 헤어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잇따라 무리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실적도 문제지만 5세대 설비투자를 단행하기 위해 금융권이나 증권시장에서 최소한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대만업체들로서는 국면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를 모를 리 없는 한국업체들이 갈 길 바쁜 대만의 발목을 잡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가격 문제다. 대만업체들은 지난달 일제히 수요증가에 맞춰 가격인상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대만의 추격을 견제하고 있는 세계 양대 LCD업체인 한국의 LG필립스와 삼성전자가 순순히 대만업체들의 의도대로 따라줄 리 만무기 때문이다.

 가격조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다 실패한 대만업체들이 최근에는 내년도 경기전망으로 다시 국면전환을 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내년에는 LCD경기가 크게 호전돼 관련업체들의 경영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는 결국 주가관리와 자금조달을 위한 홍보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때 설이 무성하던 주요 기업간 인수합병(M&A)도 요즘은 잠잠해졌다.

 대만이 이처럼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자금조달이 지연될수록 5세대 투자에서 실기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업체들은 1단계 5세대 투자에 이어 후속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러다간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만은 사실 반도체에 이어 LCD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막강한 PC 및 모니터 생산기반을 잘 연계한다면 LCD 세계 최강이 결코 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야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천기술은 일본에, 생산기술은 한국에 밀리는 것이 대만업계의 현실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어떤 식으로든 국면전환을 시도할 대만업체들의 다음 수는 무엇일지 사뭇 흥미롭다.

 <산업기술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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