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산서 ITU를…

 오는 2004년 열리는 ‘제7회 국제통신연합(ITU) 텔레콤아시아 전시회’ 개최권을 놓고 우리나라의 부산과 태국의 방콕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ITU는 당초 4일 열린 ITU 이사회에서 2004년 전시회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나 후보지간 우열을 가리지 못해 1∼2개월 뒤에 최종 개최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통신 아시안게임이라 불리는 ‘ITU 텔레콤아시아’는 통신 올림픽으로도 불리는 ‘ITU 텔레콤월드’와 함께 세계 통신업계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그동안 싱가포르·홍콩 등이 텔레콤아시아를 주최한 바 있다. 이들은 아시아의 허브, 중국 통신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 개최 이전만 해도 부산이 가장 유력한 개최 후보지였다. 부산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통신이 가능한 데다 오는 2004년에는 WCDMA·VDSL 등 세계 어디서도 제대로 찾기 힘든 통신서비스 등을 볼 수 있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방콕은 전시회 개막 이후 ‘저렴한 비용’과 ‘국제적 지명도’를 무기로 강력한 맞수로 등장했다. 태국 수장도 유치전에 직접 나서는 등 강한 열의를 보였다. 방콕은 전시회 비용을 싼 가격에 제공하고 대신 각종 부수익을 챙기는 데 만족한다는 것이다. 또한 방콕에는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의 지사가 있어 ITU 및 통신업계 관계자들에게 익숙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ITU는 부산과 방콕의 장점 중 어떤 것이 세계 통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전시회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IT 경기불황으로 지난 2000년 전시회보다 30% 가량 규모가 축소됐다. 전시회 축소 이유로는 경기불황도 있지만 ‘볼 게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한 원인이다.

 차기 개최지가 한국처럼 세계 모든 통신기술의 경연장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배제한 채 가격이나 친밀성 등 주변적인 이유로 결정된다면 ITU의 각종 전시회가 몰락해가는 컴덱스의 뒤를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ITU 전시회는 신기술 체험의 장이어야 한다. 통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게 IT 르네상스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 유치단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홍콩=IT산업부·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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