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연구팀, `디지털 사각지대` 없앤다

 디지털 저장 포맷의 발전으로 불과 수십년전의 기록물도 읽어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기존 디지털 저장물의 보존이 관심거리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미국의 대학팀이 오래된 디지털 포맷으로 저장된 기록물을 복원하는 방법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리즈대학과 미국의 미시간대 공동 연구팀이 80년대 영국의 생활상을 담은 디지털 기록물인 ‘둠스데이’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BBC의 둠스데이는 지난 1086년에 편찬된 노만 몽크스의 ‘둠스데이’ 9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멀티미디어 저작물로 80년대 중반 영국의 일상을 담은 BBC 등의 비디오클립을 비롯해 20만장의 사진과 수만장의 지도를 2장의 양방향 디스크에 기록한 것이다. 새 둠스데이는 당시 흔하던 아콘마이크로컴퓨터와 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를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이후 컴퓨터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불과 10여년만에 이 컴퓨터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를 읽어낼 방법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

 리즈대와 미시간대 공동연구팀은 최신 컴퓨터상에 아콘컴퓨터와 당시 비디오디스크 재생기를 구현해주는 에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으로 둠스데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카밀레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 대학은 지난 3년간 BBC 둠스데이와 같은 기록물을 대상으로 디지털 데이터 보존 방법을 연구해왔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컴퓨터 포맷으로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는 새 컴퓨터가 등장하면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는데다 반영구적으로 알려진 자기 테이프나 디스크도 물리적인 부식 현상 때문에 데이터를 오래 보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영구 보존하는 방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몽크스의 둠스데이는 아직도 런던 공공기록청(PRO)에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는 반면 BBC의 둠스데이는 만들어진 뒤로부터 불과 16년 동안의 기간에만 액세스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둠스데이 프로젝트 매니저인 폴 휘틀리는 “BBC의 둠스데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디지털 자산이 직면한 위험을 보여준 좋은 예”라며 “너무 늦기 전에 디지털 기록을 보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개발하는데 광범위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데이터를) 영구적인 미디어에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둠스데이 디스크 해독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PRO에 보관될 예정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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