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통부의 미래

◆이윤재 IT산업부장 yjlee@etnews.co.kr

 우리네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말로 발전했다. 같은 말이라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처럼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속담은 인간의 가슴에 내재된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속성이 표출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고 돌이키기 어려운 관계로 비화되기도 한다.

 대선을 한달여 앞둔 요즘, 청와대의 주인은 누가될까 하는 관심이 높다. 더불어 정부 조직개편 여부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몇일전 이회창, 노무현 후보는 IT정책포럼에 나와 “정부 조직개편은 대통령 당선 이후에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변에서는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이중에서도 정보통신부는 도마 위에 올라있는 대표적인 부처다.

 그동안 몇몇 부처가 정통부에 보내는 부러움은 배가 고프다 못해 아플 정도였다. 정통부는 한 손에는 ‘주파수’라는 보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정보화촉진기금’을 무기삼아 거침없이 IT산업 육성과 정책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 육성처럼 돈이 넉넉지 못한 부처에는 지원군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국무회의 자리는 말석에 가깝지만 속만은 꽉 들어찬 영덕대게로 인식됐다. 특히 정보화촉진기금에 대해 군침을 흘리는 부처가 적지 않다.

 최근 열리는 일부 회의나 세미나 등에서는 이 기금의 운용주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특정 후보진영에서는 정통부 통폐합안이 내부적으로 제시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특정부처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한 기구개편 논리까지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배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현대판 속담이 관가의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통부는 우리나라 통신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주무부처이자 국가정보화추진의 실질적인 주체다. 여기에 더해 IT산업 육성의 기수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과거 체신부 시절과는 달라져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동안의 성과도 대단하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0만 돌파와 함께 초고속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선 것이나 이동전화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CDMA 강국으로 부상한 것 등은 정통부 차원을 넘어서 이 정권 최대의 치적으로 꼽힌다. 국가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휴대폰 수출도 따지고 들어가면 정통부의 공적이다. 시기를 받을 만한 필요충분 조건은 거의 다 갖춘 셈이다.

 그래서 정통부 해체론까지 들먹이는지 모른다. 국가정보화추진만 하더라도 행자부(행정정보화)·산자부(무역정보화)·교육부(교육정보화)·보건복지부(의료정보화)·건교부(GIS) 등으로 사실상 다원화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전담부처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IT와 관련된 산업육성은 지금도 산자부와 문화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산자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훨씬 더 체계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통신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별도의 기구를 둬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 등을 관장토록하면 된다는 논리다. 이제까지의 정통부 기능을 인정하지만 앞으로는 효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조로 깔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답변은 차기 정권의 몫이다. 앞으로도 정보통신정책과 IT산업을 연계, 또는 더욱 공고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정통부에는 프로젝트매니저(PM)와 같은 날개를 하나더 달아줘야 한다. 아니면 정보화·IT산업·통신정책 등을 둘러싼 기구·기능의 총체적 재편은 불가피할 것이다. 제발 정치논리로 결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