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휴대폰 원투펀치

◆이택 정보가전부장 

 김병현이 뛰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는 지난해 랜디 존슨과 커트실링이라는 사상 최강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월드시리즈 우승컵에 키스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원투펀치’가 건재하는 한 올해도 우승 ‘0순위’라고 점쳤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졌고 ‘가을의 전설’ 주인공은 애너하임이 차지했다.

 바다 건너 한국에선 지난 13일에는 59연승을 달리고 있는 ‘무적함대’ 삼성 배구단이 라이벌 현대에 무릎을 꿇었다. 삼성 역시 신진식과 김세진이라는 막강한 원투펀치를 확보, ‘100연승도 무난하다’는 전망이었지만 ‘신화’를 마감했다. 역시 승부의 세계다.

 한국 전자산업도 올해는 사상 최강의 ‘IT 원투펀치’ 덕에 버티고 있다. 미국 경기가 가라앉고 전세계적인 IT 공급과잉은 해소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최악의 한 해가 되리라는 예상은 D램 반도체와 휴대폰 ‘원투펀치’의 활약으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9월까지 IT산업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가 늘어난 328억달러였고 흑자폭은 78억원에서 31억달러가 신장된 109억달러에 달했다. 휴대폰 수출은 90억달러로 24%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반도체는 100억달러 수준이었다.

 기업 역시 콧노래를 부를만 하다. ‘좌 반도체 우 휴대폰’이라며 최강의 원투펀치를 거머쥐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들어 매분기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휴대폰이 주력인 정보통신부문은 3분기에만 2조9200억원, 메모리 반도체는 1조9600억원 어치를 팔았다. 각각 8800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은 경이적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올 영업이익이 8조∼10조원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고의 기록달성을 예상한다.

 원투펀치 양날개는 아니지만 휴대폰을 갖고 있는 LG전자도 잘 나간다. 휴대폰은 경상이익 1690억원, 순이익 1161억원을 기록했다. 관심인 이익률도 10%를 가볍게 넘어서면서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팬택 계열, 텔슨전자, 세원텔레콤 등 여타 휴대폰업체들도 수출폭발에 힘입어 매출과 이익 모든면에서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D램-휴대폰 원투펀치의 효험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별로 보면 세계 메이저들이 삼성전자를 집중 견제하고 있고 국가별로도 한국의 반도체 휴대폰 산업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삼성이 돈 잘번다는 소문이 외신을 타고 퍼지면서 애니콜을 납품받는 해외 사업자와 유통망에서 가격인하 압력이 예상된다. 노키아, 모토로라가 고가시장 강화에 나선다. 중견업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은 물론 LG나 팬택계열 등 휴대폰업체는 도처에 적이다.

 반도체는 어떤가. 삼성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세계가 협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인텔, 도시바, NEC 등이 한국업체를 배제시킨 채 대만이나 중국 혹은 자기들끼리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마치 한국의 원투펀치를 무너뜨리기 위한 동맹군이 형성되는 것 같다.

 한국 IT산업 원투펀치는 이제야 진정한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새로운 전략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원투펀치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야구나 배구 같은 스포츠가 미리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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