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인도메인`

 지난 6일 닷케이아르(.kr) 예약어 도메인에 대한 추첨 결과가 발표된 직후 도메인 등록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모 포털사 동호회 게시판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회원이 “부산의 박 모양(29) 이름으로 등록된 ‘sex.co.kr’은 실제 그녀의 소유가 아니며 ‘xxx.co.kr’ ‘sex.or.kr’ 등을 포함해 총 4개의 도메인을 모두 한 사람이 편법으로 등록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그는 확률이 아무리 높아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며 추첨을 실시한 기관과의 결탁설까지 제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같은 동호회원 손 모씨(28)가 “이 4개 도메인은 자신과 동업 중인 동갑내기 친구 2명이 100여명의 친척과 친구 명의를 이용해 등록한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른 동호회원들로부터 이 같은 방법을 배웠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며 “사촌이 땅을 사니 배아픈 것 아니냐”며 의혹설을 일축해버렸다.

 현재까지도 이 게시판은 여전히 이들과 등록기관간 사전결탁설로 시끄럽지만 일반인들은 인터넷 도메인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타인의 명의를 빌려서까지 대량등록에 나서고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지 또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이번에 신청건수 1, 2위를 기록한 ‘sex.co.kr’과 ‘xxx.co.kr’의 경우 유료 성인사이트의 문패로는 최적이다. 그 값어치가 각기 10억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손씨 등이 사용한 방법은 누가 봐도 엄연한 대량매점, 즉 ‘사이버스쿼팅’ 행위지만 이들만 탓할 수는 없다.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만한 재산을 절차상 문제없이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들을 탓하기 전에 먼저 담당기관인 인터넷정보센터의 적절한 대응이 우선돼야 했다. 대량매점이 절차상 충분히 가능하고 예상된 일이라면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 성인정보제공에 이용될 게 뻔한 도메인을 이제껏 금지하다 다시 풀어야만 했던 이유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인터넷 도메인의 공공성 등만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도록 적절한 제어장치를 두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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