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공시제

 공정공시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기업들은 일단 적발되지 않기 위해 ‘입 막음’으로 대응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업 탐방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기업분석 자료를 내놓기 힘들다는 불평도 많다.

 ‘기업정보 만민 평등주의’를 표방한 공정공시제도는 기업들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공정공시 위반은 일반 공시와 마찬가지로 단 1회만 저촉돼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차례 설명회에 참가했고 관련 규정집 정도는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관련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형편이다. 일부 경영진은 공정공시 위반을 우려, 직원들에게 입조심시키는 것이 큰 일이 됐다.

 전경련은 최근 공정공시제도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 아래 도입됐음에도 오히려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유통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공시대상의 범위가 모호할 뿐 아니라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시장에 문의해도 기업들이 규정을 찾아보든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답변이 많다는 것이 이유다.

 공정공시의 좋은 취지를 인정하고 향후 국내 산업과 증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는 동의한다. 또 초기 혼란이 심각하지만 관련 규정이 후퇴하거나 퇴보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공정공시제도가 기업들의 적극적인 정보공개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IR를 제한해서는 안된다.

 공정공시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체 노력과 함께 증권거래소·코스닥위원회·코스닥증권시장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 도움도 필요하다.

 한시적으로 위반에 대해 경고 조치만을 하는 것 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정공시에 대한 판단을 단순히 기업들에 맡기기보다는 시행초기에 일정기간 유예를 둬 학습효과를 기대하자는 얘기다. 관련 사례가 많을수록 기업들은 공정공시에 대해 쉽게 개념을 잡을 수 있고 애널리스트나 기자들도 공정공시에 대한 인지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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