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포퓰리즘을 경계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DJ노믹스가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IMF 관리와 같은 시대적·상황적 배경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권 초기의 정책적 신선함도 한몫했을 것이다.

 DJ노믹스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비민주성’에 주목하면서 시장의 실패와 불평등을 제거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DJ노믹스가 시장을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진단한다.

 앞서 문민정부의 정책 실패를 경험한 국민은 IMF체제에서의 참담함을 경험했고 미래에 대한 암담함을 보았다. 시장의 실패 등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려는 DJ정부의 노력이 환영받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DJ의 신자유주의는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부담을 오히려 다수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추진력을 잃고 대중적 관심도 멀어지고 말았다.

 최근의 한 대통령 후보는 오랜 동안 난맥상을 보여온 교육정책에 대한 복안으로 ‘시장중심의 교육’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DJ노믹스에 대한 무력감과 한계를 염두에 둔 듯한 이 제안은 말 그대로 교육정책은 중앙정부가 관여할 것이 아니라 수요자(학생)의 동향에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교육은 지방에 맡겨야 하며, 외국의 선진교육시스템과 학교들도 과감하게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안은 균일화·평준화 방식의 교육에 염증을 내온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신선함을 주었을 듯하다. 물론 시장중심 교육이 실제로 도입되려면 DJ노믹스에 대한 저항 못지않게 대중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 0.1%에 해당하는 ‘극소수’ 부유층에 부유세를 물려 물경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사회발전기금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부유층의 재산이 교육비 등으로 환원되는 것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들 극소수 부유층이 우리나라 부의 20∼3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99.9%의 국민은 한번쯤 이 공약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인기에 영합한 페로니즘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 후보는 아르헨티나를 파경으로 몬 것은 신자유주의정책 때문이라고 공박한다.

 대중의 인기와 시류를 염두에 둔-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마는-여러 움직임을 일관된 흐름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유럽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대중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면 실현 가능성이나 좌우의 구분없이 아무 정책이나 취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극우정당의 대선 후보였던 르펜이다. 결선투표 진출이 확정된 순간 그는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기라도 하듯 “경제문제에서 나는 우파며, 사회문제에서는 좌파다. 그리고 국가적인 문제에 관해서라면 나는 누구보다도 프랑스인이다”고 말한다. 르펜이 오히려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결선투표에서 큰 차로 낙선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IT분야에서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왔다. 중소기업, 닷컴, e비즈니스, 수출, 수많은 ‘차세대 프로젝트’, 문화콘텐츠…. 이런 정책들에 많은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았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인기영합 정책들을 표현하는 의미로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점점 다가오고 무수한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IT강국을 멍들게 할 탁상공론의 공약을 경계한다.

  <서현진 e비즈니스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