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주식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대부분은 지난해 발행했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소 코스닥기업의 자금줄 노릇을 했던 프라이머리 CBO가 발행 후 1년이 지나면서 ‘물량 압박’으로 돌아오고 있다.
8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오는 11월과 12월 CB의 주식전환이 시작되는 기업은 총 38개사다. 이 중 67%인 26개사가 지난해 발행했던 프라이머리 CBO와 관련해 주식전환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머리 CBO 자체로는 주식전환권이 없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CB를 담보로 CBO를 발행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올해말부터 주식전환권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12월 5일 주식전환이 가능한 ‘기보글로벌’의 경우 대우증권과 LG투자증권이 기업들로부터 CB를 인수하고 이를 자산유동화회사(SPC)를 거쳐 CBO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주식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운용회사인 산은캐피탈과 보증기관인 기술신용보증기금이 갖고 있다. 주가가 낮으면 전환권 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이들 CB 대부분은 전환가 조정(리픽싱) 조항을 달고 있다.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고 주가가 전환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4개월마다 한번씩 전환가격을 하향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CBO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의 CB 대부분은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며 해당 기업의 주가에 물량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환권 행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술신보는 일단 시장에 부담을 주지않는 범위에서 일정 수준의 이득이 생길 경우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기술신보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가 수준이 낮아 주식전환이 어렵지만 올해말을 시작으로 4개월마다 한번씩 리픽싱을 거치게 된다”며 “주가가 전환가의 150% 수준이 되면 주식으로 전환된 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분할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BO를 통한 주식공급 물량 확대시 해당 기업의 주가는 물론 코스닥시장 전체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CBO의 발행 규모가 컸던 일부 기업은 대규모 주식전환을 통해 경영권의 변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중소 벤처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프라이머리 CBO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용이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인식됐던 CBO가 해당 기업의 주가는 물론 증시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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