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표방해온 ‘철의 실크로드’가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전자문서(EDI) 등 글로벌 전자무역(e-Trade) 체계도입과 첨단 물류시스템 등 정보화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통개발연구원 안병민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국에 있어서의 국제철도’라는 논문을 통해 “그동안 해상수송이 장악해온 한반도와 동북아 물류 및 유럽 등 대륙간 교역·물류시장의 주도권을 철도분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간 철로나 화물차 등 하드웨어의 표준화에 앞서 무역과 물류관련 소프트웨어 부문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철의 실크로드’가 지나는 국가 중 러시아를 포함한 동구권과 중국 등은 이미 5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국가철도협력기구를 결성해 ‘SMGS’라는 국제운송협정을 맺고 이를 준수해 오고 있다. 이들 국가의 철도협력기구는 폴란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이 기구에서 취급하는 모든 공문은 러시아어, 중국어로 표기된다.
한반도와 TCR, TSR를 잇는 철도가 완성된다 해도 실제로 열차가 이들 지역을 통과하려면 사회주의국가 철도협력기구와 한반도간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사회주의국가철도협력기구에 한반도가 가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 경우 남북간 교환문서는 러시아어, 중국어로 작성되며 한반도 구간 철도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남북간 당사자가 해결하는 대신 기구가 있는 폴란드와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안은 ‘철의 실크로드’가 펼쳐지는 남북한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유럽전역의 국가 간 다자간 기구를 통해 SMGS와 해당 국가간 호환이 가능한 교역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자운송장 등 전자무역시스템 도입이 필수라는 것이다.
안병민 연구원은 “언어가 다르고 기존 시스템이 판이한 국가 간 운송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전자무역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해상운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철도 운송의 경제성, 정시성, 안정성을 지금 수준보다 훨씬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도 대륙간 철도연결과 함께 화주들이 물류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리정보기술(GIS), 위치측정기술(GPS) 등 IT를 도입해 물류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을 통해 화물차량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차량이 어느 지역을 통과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정시 배송시스템이 지켜지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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