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35)4부 시민과 국가가 나서야 한다(5)스팸메일 절반으로 줄이자

스팸메일은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의 찌꺼기다.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공해인 셈이다. 스팸메일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2조6000여억원에 이르고 하루에 유통되는 스팸메일은 9억통이 넘는다.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스팸메일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뛰는’ 정통부 위에 ‘나는’ 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규제를 가해도 이리저리 피해가는 무법자들을 막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개인들은 스팸메일의 집중 포화대상이다. 매일 수십통의 음란물 등 온갖 상업성 메일이 무작위로 전자우편함으로 날아든다. 수신거부 기능도 소용이 없다. 제목에 ‘광고’ 문구를 표시하지 않거나 변칙적으로 표시한 스팸메일을 차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세계는 이미 스팸메일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들은 스팸메일 규제정책을 발표하고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전자우편은 물론 이동통신단말기의 스팸메일도 규제하고 나섰다.

 본지의 ‘신 IT문화를 만들자’ 기획팀은 이같은 인식 아래 깨끗한 정보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실천대안으로 ‘스팸메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한다.

 현재 국내에선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기 이전에는 메일 전송을 금지해야 한다는 방식(OPT-IN)과 수신자의 사전 동의가 없더라도 정보전송이 가능하지만 수신거부 의사표시 후에는 전송을 금지하는 방식(OPT-OUT)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의 스팸메일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정통부는 “업체들의 온라인 마케팅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후자에 정책적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들은 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부분적으로 OPT-IN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효과적인 스팸메일 차단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양측의 방식을 서로 보완해 스팸메일에 정책·기술적으로 대응해야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자율적 규제를 통해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광고성 전자우편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는 전송자들 스스로가 자발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자율규제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스팸메일 발송자에 대해 기술적 방법 등을 통한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포털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팸메일에 관한 한 강력한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정부는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를 유도하고 이에 맞는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기술적인 차단책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광고’ 표시 의무화만으론 스팸메일을 차단하는데 뚜렷한 한계가 있다. 정통부는 지난달 11일 e메일 제목에 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광고성 스팸메일을 보낸 253개의 업체을 찾아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중 108개 업체는 ‘광☆고’와 같은 변칙적인 방법으로 스팸메일을 보냈다. 정통부 홍성완 사무관은 “갈수록 지능적인 스팸메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조만간 추가로 불법적으로 메일을 보낸 업체들을 적발해 스팸메일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스팸메일을 줄이기는 역부족이라는 데 공통된 시각을 갖고 있다. 규제만큼 기술적인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필터링 기술을 보완해 수신자가 자체적으로 스팸메일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론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을 활용해 서버 차원에서 스팸메일을 방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스팸메일 차단업체인 테라스테크놀러지 한창희 이사는 “관련업체들이 스팸메일 차단에 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 효과적인 솔루션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스팸메일 차단율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율적 규제와 기술적 보완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음성적이고 악성적인 스팸메일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통부는 현재 광고성 전자우편을 보낼 때 반드시 제목 앞에 ‘(광고)’ 표시를, 청소년에게 해로운 전자우편에는 ‘(성인광고)’ 표시를 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신거부 의사장치의 투명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신자가 불필요한 광고성 전자우편에 대한 수신거부 의사표시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메일폭탄·바이러스메일·사기성정보전송 등 타인에게 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한번에 수많은 메일을 전송하는 스팸메일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법규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팸메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람은 조사대상자의 1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보고서에서 “아직까지도 연령대에 관계없이 상당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최소한의 스팸메일 차단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고-LG경제연구원 임일섭 연구원(islim@mail.lgeri.co.kr)

 스팸메일의 경제학

 ‘스팸메일 발송자에게 비용부담 강제하자’

 

 ‘어떤 경제적 행위가 적절한 대가 또는 보상없이 이루어질 때, 즉 외부성(externalities)이 존재할 때는 항상 과잉생산 또는 과소생산의 문제가 발생해 자원분배의 효율성이 저해되게 마련이다.’(코우즈이론)

 이 이론은 스팸메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팸 메일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메일발송에 따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층이 확대되고 e메일이 기업의 마케팅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스팸메일(spam mail)’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한 식품회사가 햄 통조림을 홍보하면서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광고를 남발한 것에서 유래된 스팸메일은 수신자의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발송되는 대량의 상업성 e메일을 지칭한다.

 스팸메일의 폐해는 여러 모로 크다. e메일 이용자들은 원치 않는 메일을 삭제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으며, 정작 중요한 메일을 받아보는 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또 네트워크의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메일 서버의 유지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스팸메일은 발송자에 대한 규제없이 수신자들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역설적으로 발송자들에게 스팸메일 발송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스팸메일의 발송 자체를 억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광고의 주체가 광고 비용과 이익을 비교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팸메일의 발송량은 줄어들고 적정수준의 광고가 이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 인터넷의 확산과 더불어 한계생산비용이 거의 들지않는 정보재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스팸메일에서 알 수 있듯 ‘공짜’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스팸메일이 메일 수신자와 메일 서버 운영자에게 끼치는 폐해와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사회전체의 효율적 자원분배라는 관점에서 볼 때 공짜라고 할 수도 없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경제행위의 비용과 편익을 비교함으로써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공짜는 없다’는 경제원칙에는 예외가 없으며 스팸메일 발송이라는 경제적 행위에 대한 적절한 가격설정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스팸메일 차단 7계명>

 1. 인터넷 게시판 등에 전자우편을 남길 때 추출 프로그램에 의해 추출될 수 있음을 인식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주소를 남기지 않도록 한다.

 2. 회원가입시에는 광고성 메일 수신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메일 수신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원하지 않음’을 선택한다.

 3. 자신이 사용하는 메일 프로그램의 다양한 수신차단 기능을 활용한다.

 4. 보다 다양한 수신차단 기능을 제공하는 이용자용 스팸방지솔루션을 구입한다.

 5. 받고 싶지 않은 메일에 대해서는 메일 발송자에게 수신거부 의사를 전달한다. 단,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판매메일이나 포르노사이트 광고메일 등 사업내용에 불법소지가 많은 광고메일의 경우 수신거부를 하면 오히려 더 많은 광고메일을 수신할 수도 있기 때문에 메일 프로그램 차단기능을 이용하거나 웹메일서비스업체 등 ISP업체에 신고해 차단을 요청해야 한다.

 6. 스팸메일 발송자에게 수신거부 메일을 보낼 경우 발송자가 수신거부 메일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아웃룩 익스프레스의 경우에는 [도구]-[옵션]-[확인메일]을 선택하고, 웹 메일의 경우에는 보통 [환경설정]이나 [옵션]에서 [수신확인]을 선택하면 된다.

 7. 수신거부 의사를 전달한 이후에도 동일한 곳에서 스팸메일이 온다면 관계기관에 신고한다. 스팸메일신고센터(http://www.spamcop.or.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