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분당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의실에서는 IPv6포럼코리아의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오후 5시에 시작됐어야 할 회장 선거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 측과 일부 벤처 및 교수 사이에서 선거절차와 기관회원에게 부여된 투표권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40여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시작된 선거는 그러나 예상대로 진통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기관은 투표권이 없다는 거 아시지요. 지금 바로 회비를 걷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단상으로 나와주세요.”
투표장소에서 회비를 걷는 해프닝부터 연출됐다.
“정보통신기술협회와 개방형컴퓨터통신연구회는 특별회원으로서 투표권을 주도록 하죠.”
ETRI 측은 한술 더 떠 정관에도 없는 특별회원을 들먹였다. 그러나 곧이어 벤처·학계도 반격에 나섰다.
“전임 의장 공석 중 가입한 기관에 회원 권한을 승인해서는 안되는 거 아닙니까. 정관대로 해요, 정관대로!”
이처럼 양측이 고성의 의사진행 발언을 주고받은 끝에 선거는 특별회원을 제외하고 신규 회원을 포함한 38개 기관 회원이 투표권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치러졌다.
IPv6포럼코리아 의장 선거는 6표를 더 얻은 ETRI 측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두 진영이 의장 선거를 두고 이처럼 밥그릇 싸움을 벌인 것은 IPv6가 정부에서 향후 3년간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지원사업으로 떠올랐기 때문. 이 같은 액수가 투입될 경우 IPv6포럼은 정통부 산하 30여개 포럼 중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혈투를 벌인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혹자는 국가적인 관심도나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IPv6에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만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나마 건전하다는 IT분야 엔지니어들이 정치판에 버금가는 아귀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IT코리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흠집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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