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영 한국전산원장 (ssy@nca.or.kr)
기획예산처는 정보화예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지는 않지만 다소 부정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왜 그럴까. 예산당국 입장에서 보면 해마다 정보화예산의 덩치는 만만치 않고, 한번 늘려주면 계속해서 늘려줘야 하고, 돈을 더 많이 늘려달라고 떼를 쓰고 또 늘려주는데 사람이 줄지도 않고, 약속한 정보화 효과가 가시적으로 시원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도 정보화예산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불만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정보화예산은 그 규모면에서 어느덧 일반예산의 1.5%를 넘는 1조60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예산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개발비보다는 운용유지비가 대부분(전체 예산의 67%)을 차지하며 많은 사업의 경우 가시적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화사업은 미국의 경우에도 그 성공률이 채 반에도 못 미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숨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가 이 분야라고 하지 않는가.
예산당국의 이러한 우려는 당연하다. 따라서 예산당국이 우려하는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또 이 문제는 쉽지 않지만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첫째, 2003년도 정보화예산을 늘려야 한다. 정보화는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로 세계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보화가 세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한 시기라면, 지금부터는 정부·기업·개인·교육 등 전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보화를 추진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을 줄인다면 이는 정말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정보화추진 내용과 방식의 과감하고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정보화 추진방식, 즉 각 부처 및 기관의 단위업무 중심의 정보화 추진 방식, 부처별 전산실 구축 운영방식, 업무별 전산기기 및 통신설비의 구축 운영방식, 정보의 소유형태 및 공유의식 부족 등이 바로 예산의 경직성과 정보화 성과를 잠식하는 이유다. 이는 고쳐져야 한다. 정보화는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전체를 이루고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시스템적 접근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통신망·전산운영환경·상호운용과 관련된 표준 등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부처 관련업무는 해당 기관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부처 단독업무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화 대상은 부처가 원하는 사업보다는 국가적 견지에서 정보화 효과가 큰 업무를 우선 선정해 추진해야 한다. 정보화는 각 살림이어서는 안된다.
셋째, 예산이야말로 모두가 공감하는 정보화 추진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수단이다. 예산 따로, 문제해결 따로여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2003년도 예산 편성의 최우선 과제는 통합전산환경을 비롯한 범정부적 공통기반의 구축과 전자적 처리 의무화에, 대국민 서비스의 획기적 제고 과제에, 새로운 업무의 개발보다는 기존시스템 연계 및 공동이용에 의한 부가가치 창출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구축에, 그리고 대대적인 법제정비 등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러고도 예산의 여유가 있다면 각 부처나 기관의 주요 업무 정보화에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예산은 정책의지의 수치적 표현이라고 한다. 미래지식기반경제를 구축한다면서 결정적인 시점에서 정보화예산을 줄이거나 잘못된 점을 고치지 않으면 이야말로 언행불일치요, 표리부동에 다름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예산편성도 막바지에 달하고 있다. 당국의 현명한 결정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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