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평한 기업정보 제공

 실적발표 시즌과 맞물려 정보기술(IT)기업들의 정보제공이 정당하고 공평했는가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대부분 약속이나 한듯이 실적보고 마감일인 14일에 몰려서 상반기 실적을 내놨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과시할 수는 없었겠지만 마감일에 여러 업체들에 묻혀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눈총을 덜 받자는 의도가 다분한 듯 하다. 한 증권사 소프트웨어 담당 애널리스트는 IR담당자가 전화를 회피하거나 방문을 기피하는 일 등은 이제 아주 흔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기업들은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 향후 자료 제공시 불이익을 주거나 아예 기업 탐방을 제한한다는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실적을 월간 단위로 공개한다고 선언했던 반도체 장비업체 A사는 실적이 부진해지자 슬그머니 월간 단위 실적발표를 중단하기도 했고 정기적으로 개최하던 기업설명회(IR)도 폐지했다.

 최근 증권가에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평가받는 B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해 차별대우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자료 요구에 대해 사세와 학력, 경력에 따라 차별을 두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B사는 자기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그룹 계열사 출신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증권사는 기업분석부 강화를 위해 B사를 전담하는 애널리스트를 B사 출신으로 교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물론 공시 위반도 아니고 기업의 징계 사유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 숨기기나 정보제공의 차별 등은 정정당당한 모습은 아니다. C사는 CEO가 직접 나서 상반기 실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 발표 직후 C사 주가는 급락했지만 최근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등 시장 참가자들은 실적이 좋은 기업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사실을 정확히 말하는 기업, 깨끗한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경제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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